신용불량자 카드론 대폭 제한

연체율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신용카드 업체들이 부실위험이 높은 카드론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일부 카드사들은 수십만명의 부실회원을 정리해 카드 사용을 중단토록 하는 등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강도 높은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25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이 전달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10월말 4조1210억원으로 9월말에 비해 1224억원이나 줄었다. 우리카드의 카드론 잔액도 같은 기간 5036억원에서 4728억원으로 줄었고, 신한카드의 10월말 현재 카드론 잔액은 4891억원으로 9월말(5038억원)에 비해 147억원 감소했다.

외환카드의 경우 10월중 카드론 신규 취급액이 776억원에 그쳐 전달(1582억원)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카드론 잔액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은 카드사들이 가계대출 부실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부실 위험이 높은 카드론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카드는 신용등급 10개 등급중 하위 2개 등급을 받는 신청자에 대해 카드론을 중단했다. 외환카드는 카드론을 받을 수 있는 최소연령을 남성은 25세에서 30세, 여성은 20세에서 25세로 각각 5세씩 높이는 한편, 신용등급에 따라 100만∼500만원씩 줄였다. 특히 다른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많이 받은 고객은 신규 카드론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대카드는 가입한지 3개월이 지난 회원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카드론을 해줬으나 6개월이 지나야 가능하도록 대출 요건을 강화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내년말까지 부대서비스(현금서비스+카드론)의 비중을 50% 이하로 낮춰야 한다"며 "앞으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계속 줄여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카드사들은 불량 회원들을 선별해 아예 카드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극약처방'까지 검토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60일 이상 연체로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40여만명의 회원들에 대해 신용구매 한도를 '0원'으로 정해 사실상 회원자격을 박탈할 방침이다. LG카드도 개인별 신용등급에 따라 현금서비스 한도를 차등화하고, 30만명의 불량회원에 대해 신용구매 한도를 대폭 축소하거나 카드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외환카드는 신용구매 한도를 당장 낮추지 않는 대신 신용불량 회원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최고 90%까지 낮추기로 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