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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4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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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매년 수능 때마다 특정 국산 중형 승용차를 가진 사람들은 긴장을 하곤 했다.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는 마음에 행운의 상징으로 차 이름이 표시된 엠블럼 일부를 떼어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엠블럼 문자 중 수능과 명문대의 이니셜로 S, 수능의 고득점을 뜻하는 3, 승리를 뜻하는 V 등이 인기였다.
이들의 장난기 어린 행동 덕분에 해당 자동차 회사에서는 수능을 즈음해 훼손된 엠블럼을 무료로 다시 붙여주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차 모델의 이름이나 자동차 회사의 상징을 나타내는 엠블럼은 의외로 다양한 형태의 것들이 있다.
수험생들의 ‘부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모 차종의 엠블럼은 당시로서는 비교적 최신 소재를 사용한 것이었다. 딱딱한 플라스틱 양각의 보통 엠블럼과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도 스펀지처럼 푹신한 소재를 사용해 둥글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다만 스티커 형태의 엠블럼과 접착방식이 비슷해 떼어내기가 쉬웠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래서 “S, V, 3 등 엠블럼 문자를 품고 시험을 보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소문에 쉽게 봉변의 대상이 됐다. 최신 소재 기술로 만들어진 엠블럼이 이렇게 다른 용도로 사용될 줄 누가 알았으랴. 어떻게 해서든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은 수험생들의 간절한 바람은, 대학입시를 치렀던 사람들은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의외의 장난에 골머리를 썩었던 자동차 소유자들도 어느 정도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않았겠는가.
올해에는 아직까지 자동차 엠블럼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해프닝성 뉴스가 들려오지 않는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들의 엠블럼이 점점 더 떼어내기 어려운 쪽으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 것인지, 수험생들의 장난기나 간절함이 덜해진 것인지, 아니면 자동차 회사에서 수능과 관련된 글씨가 들어간 자동차 엠블럼을 짓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어쨌든 올해 수능은 수험생, 자동차 소유자 모두가 별 탈(?) 없이 지나가길 바라며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의 건투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chryu@auto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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