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씨 본보 인터뷰 "정몽준씨 죄 내가 뒤집어썼다"

  • 입력 2002년 10월 28일 19시 12분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의 현대전자 주가조작 개입설 등을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의 현대전자 주가조작 개입설 등을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은 27일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국민통합21’의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가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데 이어 28일 현대중공업의 현대전자 해외 차입금 대납과정에 대한 정 후보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 내용.

-이 전 회장의 발언이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한국과는 아무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혀 모른다.”

-정 후보 검증론을 제기한 것은 정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섭섭함 때문인가.

“재벌그룹의 결정은 모두 오너들이 하고 책임은 밑의 사람에게 미룬다. 인간적인 배신감이 물론 가장 컸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서 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까지 갔는데도 현대그룹측은 변호사조차 대주지 않아 변론을 친구에게 부탁했다. 99년 11월 감옥에서 나왔더니 2000년 1월 난리가 났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전자 해외차입금을 대신 납부하는 과정에서 내가 조정을 했는데 현대전자에서 돈을 못 받게 되자 현대전자와 현대증권, 그리고 나를 상대로 2억2000만달러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다. 얼마나 나쁜 사람이냐.”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과 그 후 현대중공업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어떻게 됐는가.

“주가조작 사건은 1, 2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받고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1심에선 현대중공업측이 이겼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현대전자 차입금을 대신 납부할 때 재무부장관 허가 없이 해외 송금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소송 전 현대전자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개인 주식을 넘겨주고 해결하려 했지만 현대중공업측은 이를 받지 않고 굳이 소송까지 갔다.”

-정 후보의 인맥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현재 정 후보 대선기획단장인 박진원 변호사는 현대중공업의 현대전자 차입금 대납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대중공업 사외이사이자 금융감독원 상임위원이었다. 당시 중공업은 금융감독원에 나의 지급보증책임을 밝혀달라고 고발하고 박 변호사에게 조사하게 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났다. 이 밖에도 현대중공업 요직이 정 후보 심복으로 채워져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 밖에도 정 후보가 책임져야 할 일이 또 있는가.

“과거 현대중공업 노사분규 당시 사측의 청부테러사건도 전무나 사장이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밑의 사람들이 모두 책임을 진 것이다.”

-한나라당이 배후에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정계 진출설도 있다.

“내가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같은 경기고를 나왔다고 하는 말 같은데 경기 나온 사람들은 공명심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내 철학을 갖고 살아왔다. 정치권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정계에 진출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현대전자 대납금 반환청구소송▼

97년 현대전자가 외자 유치를 위해 현대증권을 주간사회사로 선정, 현대투자신탁증권 주식 1300만주를 주당 13.46달러에 캐나다 CIBC에 팔면서 3년 후에 적정 주가 이하로 떨어지면 16.96달러에 되산다는 계약을 했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보증 각서를 믿고 이 계약에 지급보증을 섰다가 2000년 7월24일 246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현대중공업은 즉시 현대전자와 이익치 전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올 1월 1718억원을 돌려받으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다시 소송을 냈다.

▼현대중공업 노사분규 테러사건▼

89년 1월 8일 현대중공업 파업 중 수련회를 갖던 노조원 18명이 복면을 한 50여명에게 집단 구타당한 데 이어 같은 해 2월 21일에는 구사대와 노조원 충돌 과정에서 노조원이 등과 옆구리를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나라당 배용수(裵庸壽) 부대변인은 이달 초 ‘회사측이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분규 해결사를 동원해 근로자를 집단 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한 대법원 판결문(92년 10월)을 보도했던 모 시사주간지의 기사를 인용해 정몽준 의원의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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