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책 집값불안 불렀다＂ KDI, 부동산대책 강력비판

국책 경제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산세, 재건축, 아파트 세무조사 등 최근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KDI는 18일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반적인 경기흐름과는 별도로 부동산 관련 정책에 대한 분석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KDI가 구체적인 정부 대책에 대해 즉각 비판자료를 내놓은 것은 드문 일이다.

이 보고서에서 KDI는 “정부는 부동산 관련 대책을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표한 적이 있으나 이런 대책이 꾸준히 지속되지 못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며 “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부족이 최근 부동산 가격불안의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1998년 이후 현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주택대책만 해도 36건이며 재정경제부의 세제(稅制)대책까지 포함하면 40여건에 이른다는 것.

KDI는 “앞으로는 정책을 내놓을 때 일정을 함께 제시하고 부동산가격이 단기적으로 오르내리는 것과 관계없이 그 일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국민이 검증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동산가격이 불안해질 조짐이 보이면 수시로 국세청을 동원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반복되는 행정력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세무조사는 가장 엄격히 시행해야 할 정책수단인데도 경기상황에 따라 지나치게 ‘신축적’으로 활용해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최근 추진중인 재건축 요건 강화도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택에 대한 수요는 자꾸 늘어나는데, 재건축 요건을 엄격히 하고 신규 택지공급을 지나치게 제한해 공급을 줄이는 정부 정책은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

기형적인 재산세 과세구조도 비판 대상이 됐다.

조동철(曺東徹) KDI 연구위원은 “재산세 과세표준은 실제 부동산가격보다 너무 낮게 잡혀있는 반면 누진세율은 너무 무겁다”며 “재산세 과세표준으로 40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7%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과세표준을 현실화하는 데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당국자는 “잦은 부동산대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꺼번에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경우 전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도 적지 않아 각 대책의 효과를 봐가면서 새로운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