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관계자는 23일 “호석이 LG화학과 컨소시엄을 구성, 채권단 관리 아래에 있는 현대유화 인수작업에 함께 나서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달 3일 이뤄진 1차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현대유화 인수에 5, 6개 기업이 관심〓그동안 독자적으로 현대유화 인수를 추진해온 LG화학과 호석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현대유화 인수전에 뛰어든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는 현재 컨소시엄 구성 조건이나 인수 뒤 경영형태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석과 LG화학의 ‘제휴’는 현대유화의 덩치가 크고 중복 설비가 많아 한 기업이 독자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입찰에는 LG화학-호석 컨소시엄 외에도 SK㈜, 동양제철화학, 인도의 릴라이언스와 외국업체 1, 2곳 등 모두 5, 6개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도 최종 협상에 대비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업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유화의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1차 입찰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우선협상 대상자를 이달 안에 선정해 최종 협상에 들어갈 방침이다.
▽가격 협상, 난항 겪을 듯〓전문가들은 앞으로 채권단과 인수희망업체간 가격 협상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유화 매각 가격으로 1조∼1조5000억원을 바라고 있다. 반면 인수희망업체 들은 이 회사의 부채가 3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인수대금을 1조원 이내로 희망하고 있다.
현대유화는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내다 올 상반기에 600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2010년까지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갖춘 유화업체를 대형 3개사로 통합해 관련업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유화업계 구조조정의 최대 관심사인 현대유화 매각이 마무리되면 주요 업체간 인수합병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대유화는 이런 회사〓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창업주가 1988년 옛 현대 계열사 중 마지막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117만평에 연간 105만t의 NCC를 가진 충남 서산시 대산읍 현대유화단지는 국내 최대이자 아시아 두 번째 규모의 대단위 석유화학공장으로 꼽힌다. 제2공장을 건설하면서 빌린 2조원의 빚 때문에 외환위기 직후 ‘자율적 부채재조정업체’가 돼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