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호남석유-LG화학 컨소시엄 구성 현대유화 인수나서

  • 입력 2002년 9월 23일 17시 55분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호석)이 석유화학업계 1위인 LG화학과 손을 잡고 현대석유화학(현대유화)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에 따라 2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현대유화 매각 작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여 국내 유화업계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3일 “호석이 LG화학과 컨소시엄을 구성, 채권단 관리 아래에 있는 현대유화 인수작업에 함께 나서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달 3일 이뤄진 1차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현대유화 인수에 5, 6개 기업이 관심〓그동안 독자적으로 현대유화 인수를 추진해온 LG화학과 호석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현대유화 인수전에 뛰어든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는 현재 컨소시엄 구성 조건이나 인수 뒤 경영형태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석과 LG화학의 ‘제휴’는 현대유화의 덩치가 크고 중복 설비가 많아 한 기업이 독자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입찰에는 LG화학-호석 컨소시엄 외에도 SK㈜, 동양제철화학, 인도의 릴라이언스와 외국업체 1, 2곳 등 모두 5, 6개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도 최종 협상에 대비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업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유화의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1차 입찰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우선협상 대상자를 이달 안에 선정해 최종 협상에 들어갈 방침이다.

▽가격 협상, 난항 겪을 듯〓전문가들은 앞으로 채권단과 인수희망업체간 가격 협상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유화 매각 가격으로 1조∼1조5000억원을 바라고 있다. 반면 인수희망업체 들은 이 회사의 부채가 3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인수대금을 1조원 이내로 희망하고 있다.

현대유화는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내다 올 상반기에 600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2010년까지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갖춘 유화업체를 대형 3개사로 통합해 관련업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유화업계 구조조정의 최대 관심사인 현대유화 매각이 마무리되면 주요 업체간 인수합병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대유화는 이런 회사〓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창업주가 1988년 옛 현대 계열사 중 마지막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117만평에 연간 105만t의 NCC를 가진 충남 서산시 대산읍 현대유화단지는 국내 최대이자 아시아 두 번째 규모의 대단위 석유화학공장으로 꼽힌다. 제2공장을 건설하면서 빌린 2조원의 빚 때문에 외환위기 직후 ‘자율적 부채재조정업체’가 돼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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