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大生매각 ‘헐값논란’에 발목…한화 가격인상 불가능

  • 입력 2002년 9월 19일 17시 02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려는 계획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최종 승인권을 가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일부 위원이 “헐값에 팔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화는 “더 이상 가격을 올려줄 수 없다”는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있는 것.

공자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심의했으나 13일에 이어 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음 회의 날짜는 23일.

이날 회의에서는 위원들끼리 설전(舌戰)을 벌일 만큼 치열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예상외로 대생의 인수 ‘자격’보다는 ‘가격’에 모아졌다. 한화 컨소시엄과 예금보험공사의 협상 결과는 대생의 기업가치를 1조5200억원으로 산정하고 한화가 7752억원에 지분 51%를 사기로 한 것.

이에 대해 공자위 위원인 어윤대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연간 8000억원씩 이익을 내는 회사를 7000억원에 팔 수 있느냐”며 한화와 예보가 합의한 금액대로 파는 것을 반대했다. 그는 1조원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청와대에서도 협상 결과보다는 훨씬 더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이러한 공자위와 정부측 움직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한화 관계자는 “더 이상 정부와 가격 재협상은 없고 가격도 올려 줄 수 없다”며 “협상 창구인 예보측으로부터 가격을 올려달라는 공식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화측은 협상 상대가 예보인지, 공자위인지, 재정경제부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불만도 갖고 있다.

재경부는 한화와 예보의 협상 결과에 대한 최종 승인 여부를 표결로 결론 낼 수도 있지만 ‘뒷말’이 나올 것을 우려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가급적 만장일치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23일 다시 열릴 회의에는 한화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보고하는 일정이 잡혀 있다. 우리은행은 한화의 대생 인수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이날 회의에서도 쉽게 결론이 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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