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主제일주의 현장을 가다]③신영증권

  • 입력 2002년 7월 22일 17시 31분


1998년 5월 신영증권은 1997회계연도 결산 주주총회에서 액면가 대비 6%의 배당을 결의했다. 당시는 모든 기업들이 현금에 목말라하던 외환위기 직후. 보유 현금을 은행에만 맡겨둬도 두자릿수대의 이자율이 보장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신영증권은 그 상황에서도 배당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31년 연속 배당을 이어갔다. 이는 신영의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주주제일주의 경영철학이 어우러져 만든 한국 증시의 소중한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현금 4788억 안정적 운용▼

▽안정적인 사업구조〓98회계연도 이후 신영은 매년 20∼50%의 배당을 했다. 4년 전 7월 신영증권 주식을 사(당시 주가 8000원선) 지금까지 갖고 있었다면 배당으로만 투자 원금의 70%가 넘는 주당 5750원을 건질 수 있었다.

31년 연속 배당에 이처럼 높은 배당률이 가능했던 이유는 신영증권만의 독특한 사업 구조 덕분.

증권사의 주수입원은 보통 거래수수료이며 이는 증시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하기 마련. 그러나 신영은 전체 수익 중 거래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못 미친다. 나머지는 신영이 갖고 있는 거대한 현금 자산을 운용해 나오는 수익이다.

▼98년후 年20∼50%씩 배당▼

고객이 맡긴 돈이 아니라 순수한 신영의 돈이 약 4788억원인데 이 중 국공채가 3552억원을 차지한다. 신영증권은 수수료로 먹고사는 증권사와 달리 회사 자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거대한 ‘펀드 덩어리’와 같다. 엄청난 현금을 안정성 위주로 운용했기 때문에 31년 연속 흑자가 가능했던 것.

▼주가 저평가 극복이 과제▼

▽저평가 극복이 과제〓신영증권 시가총액은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1315억원. 그런데 신영이 갖고 있는 현금자산(고객이 맡긴 돈이 아닌 증권사 자기 자산)이 4788억원이다. 1315억원을 주고 신영증권 주식을 모조리 사서 100% 대주주가 되면 그 회사 현금 4788억원을 고스란히 손에 쥘 수 있다. 신영증권 주가가 회사의 보유 현금 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 상태라는 뜻이다.

이런 지나친 저평가는 언젠가 극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언젠가’가 언제쯤일지 확실치 않다는 점.

‘안정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이미지 탓에 신영의 주가는 10년 동안 1만∼3만원에 머물렀다. 안정성과 성장성을 어떻게 적절히 조화시키느냐, 그리고 앞으로 저금리 상황을 어떻게 이겨나가느냐가 신영증권 주가 저평가 극복의 최우선 과제로 지적된다.

▼이영환 사장 한마디 “경영 제일목표는 재무 안정성”▼

신영증권 이영환(李永煥·56·사진) 사장은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이 신영증권 경영철학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경영이 너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금을 안전자산에 지나치게 많이 넣어둔다면 저금리가 계속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할 것 아닌가.

“우리 회사는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라서 위기가 닥치면 기댈 곳이 없다. 재무 안정성을 경영의 첫째 원칙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런 보수적 경영 방침은 약점이 아니라 회사의 강점이다. 시장 등락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 왔다갔다하는 것보다는 매년 안정적으로 꾸준히 이익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권회사로는 드물게 배당을 많이 한다.

“배당이 많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적정 수준에서 하는 정도다.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의 배당이 낮으니까 우리 배당이 높아 보이는 것 같다.”

-인수합병을 통한 증권사의 대형화 추세가 뚜렷하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은 있나.

“우리도 업계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하나의 선택 대안일 뿐 중소 증권사의 ‘유일한 살길’은 아니다. 여러 각도에서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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