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적자기업을 알짜로…비전의 경영인

  • 입력 2002년 7월 14일 18시 31분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빈소 - 박영대기자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빈소 - 박영대기자
《박정구(朴定求) 금호그룹 회장이 13일 65세의 나이로 타계한 데 대해 경제계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금호 임직원들은 박 회장이 유언을 남기라는 가족의 권유조차 뿌리치면서 “반드시 일어나겠다”는 투병의지를 보였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박성용(朴晟容·70) 그룹 명예회장, 박삼구(朴三求·57) 그룹부회장, 박찬구(朴贊求·54) 금호석유화학 사장 등 박 회장의 형제들과 자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빈소에는 각계각층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박정구 회장은 어떤 인물?

박 회장은 금호그룹의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1996년 4월 6일 박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학자 관료 경영인 등으로 다양한 이력을 가진 박 명예회장과 달리 박 회장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직후 60년 금호타이어공업에 입사해 현장과 영업을 중시하는 경영을 해왔다.

박 회장은 81년에는 한해 적자가 50억원이 넘던 ㈜금호 대표를 맡아 2년 만에 순이익 120억원을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그룹회장 취임 당시 “4조원이던 그룹의 매출액을 2005년까지 40조원으로 늘려 10대 그룹에 진입하겠다”며 ‘비전경영’프로그램을 내놨다.

이 계획은 외환위기 때문에 상당부분 차질이 빚어졌으나 어려운 환경에서 매출액을 2배 이상(지난해 기준)으로 끌어올렸고 10대 그룹 진입에도 성공했다.

박 회장은 “중국시장에 제2의 금호그룹을 만들겠다”며 중국 진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구조조정을 통해 힘을 비축한 뒤 바이오 온라인 물류사업 등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미국에서 폐암진단을 받으면서 경영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박 회장은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연세대 총동문회장 자리를 맡아 연세대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빈소 표정

13일 빈소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자민련 김종필 총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등이 조화를 보내 고인의 넋을 기렸고 장상 국무총리 서리,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 임인택 건설교통부 장관, 송자 전 교육부장관, 박세직 전 의원 등이 조문했다.

휴일인 14일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한화갑 민주당 대표, 오명 아주대 총장,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등이 빈소를 다녀갔다.

금호그룹은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금호그룹 사옥에서 노제를 지낸 뒤 오전 9시 경기 용인 금호인력개발원에서 영결식을 가질 예정이다.

금호그룹 주요 계열사 현항
계열사업종작년 매출액 (억원)
금호산업타이어, 고속, 건설 등2조7184
아시아나항공항공운수2조2096
금호석유화학화합물, 플라스틱 제조 등9766
금호생명보험1조2951
기타 계열사화합물 제조, 항공 지원, 종합금융 등7008
14개 전체 계열사 합계7조9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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