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주식회사 미국’이 흔들린다

  • 입력 2002년 6월 12일 17시 59분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 행크 팔슨은 요즘 신문을 펼칠 때마다 “울고 싶다”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한다. 엔론사태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내로라하던 미국 기업들의 스캔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

한때 시가총액 1200억달러의 미국 20대 기업이었던 타이코사는 전 회장 데니스 코즐로브스키가 탈세혐의로 지난 주 돌연 사임해 충격을 준 데 이어 분식회계 의혹까지 불거져 ‘제2의 엔론사태’ 우려를 낳고 있다. K마트를 비롯해 통신업체인 월드컴, 퀘스트, 글로벌 크로싱 등 과거 미국의 대표급 기업들 역시 회계 장부 조작 혐의 등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미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천 최신호(24일자)는 이 같은 현상을 “미 주식회사(Corporate America)의 총체적 붕괴”라고 진단하고 투자자, 기업, 정부, 애널리스트 모두가 나서야 하는 전면적인 7대 개혁론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의 회계처리를 투명화하라〓각 회사의 실제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재무제표가 미국 일반회계원칙(GAAP)에 완벽하게 맞춰져야 한다. 특별비용으로 취급되고 있는 구조조정 비용 역시 영업비용에 포함시켜야키고 연금을 통한 손익도 회계에 반영해야한다.

▽애널리스트와 투자은행간의 이해관계를 차단하라〓정보가 독점된 상황에서 시장이 투명하길 기대할 수 없다. 투자은행들이 거액을 투자해 운영하는 연구소를 통한 내부거래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

▽SEC를 강화하라〓SEC의 현재 능력으로는 나날이 커지고 복잡해지는 시장을 모두 감독하고 감시하기 어렵다. 정부가 SEC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경영진 보수는 적정선으로 조절하라〓‘성과만큼 지급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엔론과 타이코의 경우처럼 스톡옵션을 경영자가 마음대로 처분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하라〓대부분의 이사가 외부인으로 구성돼야 하고 또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정기적 모임을 가져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공개(IPO)의 공정성을 높여라〓증시 상장을 위해 기업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투자회사들이 해당기업의 가치를 실제가치보다 낮게 평가해 고객에겐 싼값에 주식을 제공해 주가상승을 유도하는 ‘암거래’는 없애야한다. IPO에 관한 모든 업무를 맡은 투자은행(주간사회사)이 해당기업의 지분을 일정기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소액주주운동을 활성화하라〓75개의 뮤추얼 펀드와 각종 연금, 기관의 투자가들이 전체 시장의 44%를 움직인다. 그러나 나머지 시장은 소액주주들의 몫. 이들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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