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유사들 "원유 관세율 낮춰달라"

  • 입력 2002년 5월 1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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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LG칼텍스정유,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原油) 수입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타이거오일 등 석유제품 수입상들은 석유제품 관세를 그냥 둔 채 원유 수입관세만 낮추는 것은 ‘수입상 죽이기’라며 반발해 정유사와 수입사간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주요 정유업체와 석유협회는 원유 수입관세 인하에 대한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에 최근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또 정유사들과 석유협회 임원들은 관련 부처인 산업자원부와 재정경제부를 잇달아 방문, 원유 관세율 인하의 당위성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석유협회 정원준 부장은 “다음달 중순경 조세연구원의 중간보고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더욱 강력히 관세율 인하요구에 나설 계획”이라며 “9월 정기국회에서 관세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새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행 관세율은 원유는 5%, 휘발유 등 석유제품은 7%다.

수입상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타이거오일의 김홍구 기획부장은 “정유사들의 경영부진 책임을 국내 석유판매 시장점유율 4.5%밖에 안 되는 수입상에 떠넘기려 한다”며 “현재보다 관세율 격차가 더 벌어지면 수입상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국내 석유시장은 과거 독과점체제로 후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유업계의 해묵은 과제였던 원유 관세율 인하가 최근 다시 핵심 사안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해 각 업체의 경영실적 악화와 정몽혁(鄭夢爀) 전 현대정유 사장의 전격퇴진 등에 따른 것.작년에 정유사들은 정유사업부문에서 △현대오일뱅크 2552억원 △인천정유 2038억원 △㈜SK 1072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또 LG칼텍스정유와 에쓰오일은 각각 109억원과 203억원의 흑자에 그쳤다.

산자부 배성기 에너지산업심의관은 “수입상도 국내 경쟁을 위해 필요한 만큼 원유와 석유제품의 관세율 격차를 더 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원유나 석유제품 수입관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아 이들 관세율을 모두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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