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카피·아트의 '나홀로 광고'

  • 입력 2002년 3월 4일 17시 33분


광고는 카피와 아트의 행복한 결혼이라고 말한다. 카피와 아트, 즉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의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 불만족스러운 광고가 나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행복한 결혼이란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일수록 고집도 강하고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고민하지 말라. 결혼 생활이 힘들면 이혼을 하면 된다. 다음 광고들은 이혼 생활을 훌륭히 하고 있는 광고들이다.

<광고1>은 빽빽한 카피로만 이루어진 미국 낙태방지협회의 광고이다. 카피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10대 소녀가 임신을 했는데 그녀의 남편은 아이 아빠가 아닙니다.

2. 세 아이가 있는 가족이 있는데 첫째아이는 시각장애아, 둘째는 청각장애아, 셋째는 결핵환자입니다. 엄마 역시 결핵환자인데 넷째아이를 가졌습니다.

3. 아주 가난하게 사는 가족이 있는데 아이가 열넷. 엄마는 15번째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카피 끝에는 ‘당신은 이 경우 낙태를 권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리고 맨 끝 줄에 아주 작은 글씨로 ‘1은 예수 그리스도요, 2는 베토벤이며, 3은 유명한 성서학자 존 웨슬리입니다’라고만 적고 있다. 생각하고 깨닫게 만드는 카피라이터의 힘이 느껴지는 광고다.

<광고2>와 <광고3>은 버거킹의 신제품 광고다. 비주얼만으로도 메시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광고2>는 닭다리만 그려 넣어 치킨버거가 새로 나왔다는 것을 쉽게 알리고 있고 <광고3>은 닭다리 끝을 후추통으로 비유해 아주 매운 치킨이 나왔다는 것을 얘기해준다. 자, 이 정도 되면 고집센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들은 서로 안 싸워도 된다. 각자의 고집을 만끽하며 훌륭한 이혼 생활을 할 수 있다. 광고인 여러분! 이혼을 두려워하지 말고 살자.

박혜란 LG애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