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은행설립 추진]인터넷뱅킹 특화…금융변혁 예고

  • 입력 2002년 2월 15일 17시 58분


SK와 코오롱 등 대기업과 여러 벤처기업이 은행을 세워 인터넷뱅킹에 특화하기로 함으로써 국내 금융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설립될 은행의 주주들이 인터넷뱅킹과 관련된 시스템을 개발하고 인터넷뱅킹의 수요자라는 점에서 국내 인터넷뱅킹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

현재 20개 은행과 우체국 등 21개 금융기관이 인터넷뱅킹을 하고 있지만 기존업무의 8.8%만을 맡고 있어 인터넷뱅킹을 전담하는 은행이 출현할 경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인터넷뱅킹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인터넷뱅킹을 하려고 금융기관에 등록한 사람은 1131만명으로 1년 전보다 2.8배로 늘어났다. 이들이 작년 12월 한달 동안 이용한 인터넷뱅킹은 1억2702만건으로 1년 동안 2.5배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82.4%가 계좌를 조회한 것이지만 다른 계좌로 돈을 보낸 계좌이체가 17.3%인 2195만건이나 됐으며 금액으로는 무려 155조6387억원에 이르렀다. 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신청한 것도 34만건(0.3%) 2조6798억원이나 됐다.

브이뱅크컨설팅 이형승 대표는 “한국은 개인용수표를 쓰지 않아 계좌이체 수요가 많다”며 “은행 창구에서 돈을 보낼 때는 1000∼75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인터넷뱅킹에서는 300∼500원밖에 내지 않아 수요는 엄청나다”고 전망했다.

또 인터넷뱅킹에서는 예금금리는 0.1∼0.6%포인트 올려주고 대출금리는 0.25∼1.0%포인트 깎아주는 등 금리면에서도 이익이 있다. 시간을 내서 영업점을 찾아간 뒤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업무를 볼 수 있다는 편리성도 높다.

하지만 인터넷뱅크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뱅크가 설립돼 작년 6월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개가량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인터넷뱅크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영국의 에그뱅크만이 작년 11월 소폭의 흑자를 냈지만 계속 흑자를 낼지는 미지수다.

세계 최초의 사이버은행으로 각광받았던 미국의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도 작년 8월 자금운용과 고객확보에 실패해 RBC센추라은행에 넘어갔다. 미국의 뱅크원에서 독립돼 설립됐던 윙스팬뱅크도 뱅크원으로 다시 통합됐다. 일본에서는 2000년10월에 저팬넷뱅크가 설립된 뒤 작년 6월에 소니뱅크와 7월에 e뱅크가 영업을 시작했지만 모기업의 도움 없이 자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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