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내년 경기 전망…"U자형"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7시 59분


V자형이냐 U자형이냐, 아니면 ‘바나나형’이냐.

내년 경기 전망을 놓고 여러가지 예측이 나오고 있다. V자형이나 U자형 등은 복잡한 경기예측을 단순화하기 위해 글자의 모양에 빗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용어.

과거 한국경제를 가장 잘 설명해준 유형은 V자형. 글자 모양대로 경기가 급속히 하강했다가 급반등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내년 한국경제에 대해 V자형의 빠른 회복세를 점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V자형으로 회복하기에는 경제의 덩치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전망하는 내년 경기는 U자형. 경기가 상당 기간 저점(低點)을 거친 뒤 회복되는 유형이다. 11월 산업활동동향 등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종전의 비관적 시각을 밀어내고 새롭게 힘을 얻었다. 9·11테러 사태 이후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했던 민관 경제연구소들이 이달 들어 다시 전망치를 올리면서 내놓는 예측들은 대체로 U자형에 가깝다.

당초 ‘L자형’의 우려까지 나왔던 데 비하면 낙관적인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진 셈이다. L자형은 침체 터널이 몇 년간 계속되는 일본식 장기불황이다. 올 상반기에는 한국경제에 대해서도 이런 시각이 적지 않았으나 최근엔 자취를 감췄다.

이 같은 전통적인 유형 외에 ‘바나나형’이라는 새로운 유형까지 가세했다.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29일 밤 한 방송사의 토론회에 나와 “내년 경기회복은 바나나형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나나를 뉘어놓은 것처럼 V자만큼 급속히는 아니지만 U자보다는 회복세가 빠를 것으로 보는 정부측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어쨌든 경기저점을 이미 지났거나 지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반등의 정도와 시기에 따라 U자일지 V자일지 바나나형일지, 또는 다시 내려앉는 W자형이 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는 내년 상반기에 재정의 65.4%를 집행키로 하는 등 내수경기 진작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약효 여부이다. 이 같은 재정정책이 경기를 띄우면서 얼마나 ‘체력’을 다질 수 있을지에 따라 하반기 상승세의 형태가 결정될 전망이다. 물론 한국 GDP의 36%를 차지하는 수출을 결정짓는 세계경제의 흐름이 더 중요한 변수인 것은 당연하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