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T 한국' 핵심기술이 없다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38분


“인프라는 일류지만 핵심기술은 낙후 상태입니다.”

미국 첨단 위성장비 업체의 연구원인 재미교포 스탠리 차씨(37)는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아무리 IT 인프라와 산업이 발달해도 핵심기술이 부족하면 성공의 과실은 기술을 보유한 외국 업체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IT 분야의 ‘핵심기술 결핍증’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 일류수준의 인터넷 인프라 보유국이라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핵심기술 해외의존도는 창피할 정도로 높다.

우리나라는 현재 인터넷 이용인구가 2400만명,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726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비대칭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장비, 라우터와 스위치 등 인프라를 이루는 장비는 외국제품 일색. 우리 손으로 만든 핵심기술과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단말기조차 국산화율은 65%에 그친다.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위축되면서 정부는 ADSL과 사이버 아파트 분야 수출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이 분야의 핵심기술 수준은 더욱 낮다.

▽취약한 핵심기술〓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외국에 준 기술료(로열티)는 29억달러. 반면 거둬들인 기술료는 2억1000만달러에 그쳐 지급액의 6.9%에 불과했다.

PC는 총매출의 10%, 반도체는 매출의 12%를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에 로열티로 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학상(金學相) 연구원은 “핵심기술을 동반하지 못한 정보화는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CDMA 기술의 허실〓한국은 CDMA 기술 상용화는 가장 앞섰지만 단말기에 들어가는 핵심칩은 모두 미국 퀄컴사에서 수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가 올해 퀄컴에 준 CDMA 로열티는 3억6862만달러. 퀄컴은 이것도 모자라 콘텐츠 기능을 칩에 내장해 막대한 추가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

핵심기술이 부족하다보니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도 위협 요인. 김동연(金東演) 텔슨전자 부회장은 “CDMA칩 국산화를 앞당기는 것이 로열티 부담에서 벗어나 기술 자립을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핵심기술 개발 시스템의 효율을 높여야〓국내에서 차세대 휴대통신 서비스인 IMT-2000 기술개발이 시작된 것은 96년. 정보통신부는 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제조사들이 참여하는 개발협의체를 만들어 IMT-2000 기술개발에 1000억원 가까이 쏟아 부었지만 5년간 거둔 성과는 거의 없었다. 정태명(鄭泰明) 성균관대 교수(컴퓨터공학)는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매년 1조원 이상의 정보화 촉진기금이 기술개발 명목으로 IT업종에 투입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97년 이후 정부 주도로 이뤄진 산학연(産學硏) 공동기술개발사업 196건 중 상용화된 것은 23건에 불과했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한 미 일 핵심기술 수출입 비교
단위:억달러)
-한국
(2000년)
미국
(1998년)
일본
(1998년)
수출액 2.0 368.0 74.0
수입액 29.0 113.0 89.0
수출/수입(%) 6.9 325.7 83.1
(자료: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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