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가 호황일 때는 ‘한물 간’ 산업으로 설움 받던 가전사업이 지금은 오히려 전자업체의 ‘돈줄’ 구실을 하고 있는 것.
전자업계가 최근 발표한 3·4분기(7∼9월) 경영실적에 따르면 LG전자의 디지털 가전사업부문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3조90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4% 늘어난 것이다. 이중 내수는 23%, 수출은 34.5% 늘었다.
LG전자의 가전부문 매출 증가율은 최근 수출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정보통신 부문의 신장률 25.9%보다도 더 높은 것.
가전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4분기(1∼3월) 15.5%에서 3·4분기엔 8.4%로 떨어졌지만 정보통신(5.7%), 디스플레이·미디어(4.6%) 부문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3·4분기에 사상 최악의 영업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도 생활가전 부문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매출이 2조4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00억원(9%) 늘었다.
반도체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6%나 줄어든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가전부문의 영업이익률이 1·4분기 15%에서 3·4분기 2%로 뚝 떨어진 점이 아쉽다.업계는 내년부터 디지털 가전 수요가 부쩍 늘어나면 호황 때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