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반도체 탈출구 없나-下]"구조조정 서둘때"

  • 입력 2001년 10월 28일 18시 54분


왼쪽부터 최석포, 이현재, 김일웅, 장윤종
왼쪽부터 최석포, 이현재, 김일웅, 장윤종
국내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삼성전자 김일웅(金一雄) 마케팅 담당 상무, 산업연구원 장윤종(張允鍾) 디지털경제실장, 메리츠증권 최석포(崔錫布) 연구위원, 산업자원부 이현재(李賢在) 산업기술국장 등 업계, 학계, 시장, 정부의 반도체 전문가 4인이 모였다. 동아일보 경제부 주최로 27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대담에서는 △세계 반도체 경기 침체 현황 △국내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 △장비재료 산업의 육성 방안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과 인력 육성 계획 등이 논의됐다. 이날 사회는 최 연구위원이 맡았다.

▽최 연구위원(사회)〓지난해 9월 이후 세계 반도체 경기는 사상 최악의 수준이다. 96년 불황과의 차이는 무엇이며 현재 소자(素子)업계가 체감하는 위기는 어느 정도인가.

▽김 상무〓96년에도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졌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낙폭이 2배 이상 크다. 또 96년은 수요가 받쳐주는 상황에서 단순히 공급초과로 가격이 하락했지만 이번 불황은 수급 양쪽에 원인이 있어 그만큼 골이 깊다. 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불황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장 실장〓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려면 우선 미국의 경기가 회복돼야 한다. 내년 3·4분기 이후에나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정보기술(IT) 업계는 적자생존의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은 급격히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글 싣는 순서▼
<상>성장엔진 바꿔야
<중>장비업체 "내년까지 버틸지"

▽사회〓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비(非)메모리 기술을 따라잡아야 하고 메모리 산업에서 중국과 대만의 도전을 물리쳐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기술개발 연구인력과 자본 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를 균형 육성하기 위한 비책은 무엇인가.

▽이 국장〓독창적인 설계기술을 요하는 비메모리 분야를 육성하려면 우수한 연구인력과 교육시스템, 마케팅 능력 등이 필요하다. 산자부는 매년 100억여원을 투입해 설계인력을 양성하고 연간 1조여원의 예산으로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 2003년까지 2650억원을 들여 비메모리 칩을 개발 중이다.

▽장 실장〓한국 반도체산업은 장비재료산업 등의 기반이 취약한 데 비해 생산량은 많은 팽이형 구조라는 게 문제다. 팽이는 ‘호황’이라는 채찍으로 때릴 때는 잘 돌지만 그렇지 않으면 쓰러진다. 장비재료업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정부도 단순한 기술지원이 아닌 시스템적 지원을 해야 한다.

▽사회〓반도체산업은 소자업체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15%에 불과하고 재료도 55%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자업체의 시설투자 부진으로 장비산업이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데 해결 방안은 있는가.

▽이 국장〓장비재료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기초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80여개 기업과 대학으로 연구조합을 구성해 신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상무〓삼성전자는 분기마다 재료 공급업자와 공동개발회의를 열고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장비 쪽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사진기술 쪽에는 아직 손을 못 대지만 나머지 부문에서는 지속적으로 국산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2004년에는 장비와 재료 모두 80% 이상 국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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