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추가지원]“1조론 태부족”…여전히 살얼음판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28분


채권단의 1조원 추가지원으로 하이닉스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기존주주를 상대로 한 5000억원 유상증자는 주주들의 참여가능성이 매우 낮고 신규자금 5000억원은 용도가 불투명하다. 산업은행은 일반보유분 회사채 상환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외환은행은 “반드시 시설투자자금용으로 묶어놓겠다”고 밝혀 주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4조원의 신규자금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연말 또는 내년 초에 3차 자금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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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중은행들은 기존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지만 신규자금지원은 ‘절대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차 채무조정에 대한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자금상황 개선효과 미미〓산업은행은 당초 일반보유 회사채 5000억원의 80%인 4000억원을 인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생가능성조차 의심받고 있는 기업을 산업은행이 지원하는 것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거부했다. 미국의 압력이 워낙 거센 것도 신속인수를 중단하게 된 주요요인.

산업은행 주장이 맞다면 신규자금 지원은 회사채 4000억원을 갚는 것에 불과할 뿐 가장 중요한 현금흐름(cash-flow) 개선효과는 아주 미미해 하이닉스의 연말 현금보유액은 1000억∼2000억원이 안된다.

그러나 외환은행 이연수 부행장은 “내년에 갚을 회사채 4000억원을 미리 앞당겨 갚는 것이어서 설비투자자금은 올해 5000억원, 내년도 1조2000억원으로 총 5000억원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투신운용사별 하이닉스 회사채 보유 현황▼

투신운용사하이닉스채 보유액(8월29일)채권형펀드 규모채권형펀드 중하이닉스채의 비중
한국4077억13조9532억2.92%
조흥2560억 6조6579억3.84%
주은1290억13조 842억0.98%
14개전체1조2705억107조6196억1.33%

▽합의안 나올 수 있을까〓신한은행 이인호 행장은 “기존 채무를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신규자금은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출자전환 액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상황이 더욱 어렵다.

특히 하나은행은 현대건설 여신도 청산가치로 평가해 정리한 바 있어 하이닉스 여신도 신규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손실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채권단의 공조체제가 깨지게 돼 문제가 복잡해진다.

산업은행 정건용 총재는 “투신과 리스 등 2금융권을 포함한 합의안이 안나오면 법정관리를 통한 손실분담이 불가피하다”며 “채권금융기관이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하이닉스를 법정관리에 넣을 경우 은행과 투신사 등의 추가손실분담액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진통을 거듭한 후 결국은 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두영·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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