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 무는 생산체제…BASF

  • 입력 2001년 9월 2일 19시 07분


세계적 화학기업인 BASF의 그룹과 본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남서쪽으로 100㎞ 가량 떨어진 라인강변의 루드비히스하펜시(市)에 있다.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관광지 하이델베르크에서 승용차로 20분 정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중서부지역이다.

130년 역사의 BASF는 ‘바트지역에서 아닐린과 소다를 생산하는 공장’(Badisch Anilin & Soda Fabrik)이라는 뜻을 줄여만든 사명이다. 독일 현지에서는 ‘바스프’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하고 ‘베아에스에프’라고 불러야 한다.

BASF 본사에는 200만평의 광활한 대지 위에 크고 작은 350여개의 공장, 2000개의 건물이 들어서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종사원은 4만1000여명이며 8000여 가지 화학제품을 생산해 17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화학제품 수송을 위해 공장내 도로 115㎞, 철로 211㎞, 파이프라인 2000㎞가 깔려있다. 하나의 기업이라기보다 산업공단이라고 불러야 할만큼 거대하고 웅장하다.

BASF는 세계 39개국에서 100% 소유 자회사 164개, 50% 이상 소유 합작회사 6개, 결합재무제표에 자본금이 반영되는 관계회사 28개를 거느린 세계 최대 화학그룹이다. 작년 매출은 359억5000만 유로(1유로는 0.95달러 수준)에 순이익은 12억4000만 유로였다.

BASF는 7월 ‘미래 최적화’(Fit for the Future)를 모토로 고객의 요구를 더욱 빠르고 유연하게 충족할 수 있는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는 등 세계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BASF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2·4분기(4∼6월) 매출이 83억2900만 유로로 작년 동기보다 7.1% 줄어들었다. 성장만 계속하며 평생직장이 당연시되던 BASF는 최근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어 내년말까지 4000명 정도를 더 줄일 계획이다. 수요에 맞춰 공장가동률을 낮추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마티아스 헨젤 수석부사장은 “BASF는 장기적인 발전전략에 중점을 두면서 단기적인 대책을 병행한다”며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초점을 두고있다”고 말했다.

BASF만의 특수한 경영전략은 통합과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페어분트(Verbund)라는 통합생산체제. 수백개의 제조공장을 서로 연결해 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다른 공장의 원재료로 쓰이게 해 물류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각 공정에서 발생하는 열 물 증기 등을 재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생산기법이다.

특히 화학공정에서 생기는 열을 즉시 증기로 바꿔 다른 공정의 에너지로 투입하는 기법으로 화석연료 사용량을 종전의 절반으로 줄여 환경보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BASF 본사에서만 연간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일산화탄소 500t, 아황산가스 1600t, 질소산화물 2200t, 이산화탄소 250만t을 줄였다.

데틀레프 크라츠 박사는 “BASF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근원이 페어분트”라며 “이를 통해 루드비히스하펜에서만 연간 5억 유로를 절약한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비한 연구개발(R&D)도 BASF의 경쟁력이다. 작년에 15억 유로를 투자하는 등 매년 매출의 4∼5%를 연구개발비로 꾸준히 쓰고 있다. 그룹에 속한 전 세계 11만여명의 직원 중 약 10%가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으며 공동R&D 네트워크가 800여개에 달한다. 이 같은 노력으로 BASF는 10만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BASF는 최근 림부르거호프에 위치한 농화학연구소를 R&D 중심센터로 육성하며 비타민 등 건강관련 분야와 항균제 제초제 살충제 등 농화학분야에 연구개발비의 절반 정도를 집중 투입하고 있다.

카를로 릭 박사는 “2025년 세계 인구가 90억명 수준으로 증가하면 먹는 문제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생명공학에 집중해 이 분야에서 선두기업이 되는 것이 BASF의 장기목표 중 하나이다”고 말했다.

루드비히스하펜(독일)〓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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