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마켓 프로젝트 논란]정부비판 '빅3신문'에 철퇴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38분


공정위의 ‘클린마켓 프로젝트(포괄적 시장개선대책)’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사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시작됐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국민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5, 6개 업종에 대해 이 프로젝트를 벌이겠다고 선언했으나 신문사, 특히 ‘빅3’신문에 철퇴를 내리는 것으로 끝맺었다. 이들 신문은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일 전에 보낸 서면조사표〓공정위의 언론사 조사가 얼마나 파행적으로 진행됐는지는 조사계획과 착수시기 및 조사일정을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통상 2∼3주 동안 시간을 주던 서면조사표 발송시기는 현장조사 3일 전에 전격 이뤄졌다. 2월8일 ‘클린마켓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로 다음 날 신문사에 조사표를 보냈고 3일 뒤 2월12일 동아 조선 중앙 한국 등 4개 신문사에 들이닥쳤다. 조사 일정도 처음에는 3월말까지로 했다가 나중에 3주일이나 더 연장하는 등 혼선을 초래했다. 심지어 조사국 전직원을 동원하는 것도 부족해 독점국 직원인 김길태(金吉泰) 독점관리과장까지 차출해 신문사 조사에 총력전을 펼쳤다. 독점국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신문사 조사에 동원되는 바람에 정상적인 업무도 처리 못할 지경이라며 부담스러워했다.

공정위 언론사 조사반 현황

구 분반 장조사 언론사
총 괄이남기(위원장)클린마켓프로젝트 기획
조사총괄이한억(조사국장)언론조사 기획 및 집행
조사1반김범조(조사기획과장)조선 한겨레 SBS
조사2반정병기(조사1과장)중앙 국민 MBC
조사3반이석준(조사2과장)동아 문화 경향 KBS
조사4반김길태(독점관리과장)한국 대한매일 세계

▽논란 빚은 공정위 간부회의〓공정위는 신문사 조사에 착수하기 전 간부들 사이에 있었던‘신문사 조사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철저히 감추었다. 2월초 이남기(李南基) 위원장 주재로 열린 간부회의에서 일부 국장들은 “신문사의 경우 조사의 실익이 없고 국세청조사까지 겹쳐 시기도 좋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모두 묵살당했다. 이날 회의는 나중에 만장일치로 신문사 조사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났다고 대외적으로 알려졌다. 현장조사에 나선 조사국 직원들은 “우리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며 말문을 닫았다. 공정위는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업종으로 언론사를 꼽았다가 정작 조사결과는 언론사들의 부당내부거래에 맞춰져 의도적인 ‘흠집내기’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사일정, ‘이랬다저랬다’〓클린마켓 프로젝트 대상업종으로 꼽힌 6개 업종 중 지금까지 최종결론이 난 곳은 아직 언론사밖에 없다. 사교육 부문에선 교복업체들이 담합으로 징계를 받았으며 건설하도급은 서면실태조사를 벌이는 데 그쳤다. 나머지 업종들은 아직 조사가 진행중이다.

공정위는 이 프로젝트를 당초 3월말까지로 끝내려고 했으나 신문사 조사 일정이 길어지자 올해 말까지 내내 계속하겠다는 쪽으로 중간에 말을 바꿨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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