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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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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이번 조사가 ‘예비조사’라 하지만 각 기업의 3년간 자금 자산 인력 등 내부거래 관계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실제 현장조사에 버금가는 고강도라는 분석이다.
▽유례 없는 장기(長期) 서면조사〓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은 “통상 예비조사는 2주일 정도 걸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에 주어지는 시간은 1주일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신문사의 경우 2월 12일 현장조사를 받기 3일 전인 9일에서야 서면조사표가 주어졌다. 또 서면조사는 대부분 선정된 조사대상 기업에 현장조사를 나가기에 앞서 통보하는 형식이었다. 이번엔 110개 기업을 모두 서면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조사기간도 24일이나 된다. 기업들이 자진신고를 하면 공정위가 분석을 해 조사대상을 고르겠다는 계획이다.
해당기업에선 반발이 심하다. A그룹 재무팀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내용이 아주 포괄적이어서 놀랐다”며 “3년간에 벌어진 거래내용을 다 준비할 것을 요구하고 과거 자산과 자금거래를 건별로 일일이 기록해야 돼 작업이 너무 방대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예비조사 의미축소〓공정위는 이번 서면조사가 ‘예비조사’의 일환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한억(李漢億) 공정위 조사국장은 “과거엔 현장에 먼저 나가 ‘투망식’으로 조사를 벌였으나 기업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면조사를 분석해 혐의가 짙은 기업을 골라 집중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입장은 다르다.
B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들에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라며 “상반기엔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너무 즉흥적인 발상”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간을 이처럼 길게 잡아 서면조사가 완벽할 경우 현장조사와 맞먹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C그룹 관계자는 “신문사 조사 불똥이 애꿎게 7개그룹으로 번졌다”며 공정위의 조사대상 기업 선정이 자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상반기중 대기업 조사를 않겠다는 이남기 위원장의 발언을 존중하기 위해 이 같은 궁여지책을 짜냈다”고 털어놓으며 “현장조사는 7월에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위원장이 대기업 조사시기를 수시로 번복하는 바람에 실무국에서 이런 묘안을 짜냈다는 것이다. 7월초에 7개 그룹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일 경우 상반기엔 조사가 없었던 것이므로 결국 이 위원장의 ‘말실수’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공정위 7개 그룹 서면조사 내용▼
△조사대상:7개 그룹 계열사 110개 기업
△조사일정:5월7∼31일
△조사대상 기간:98∼2000년
△주요 조사항목
1.재무현황 등
2.계열사 변동현황(97∼2000년)
3.주요 주주변동 현황
4.차입종류별 거래선별 월말 차입금 잔액
5.기업어음(CP) 발행내용
6.채권 발행내용
7.장단기 대여금 내용
8.선급금등 거래내용
9.예적금 내용
-만기가 있는 예금과 적금
-수익증권 매입현황
10.보험가입 내용
11.유가증권의 매입 매도 내용
-기업어음, 채권, 주식 등
12.증자 내용
13.부동산 매매 내용
14.무체 재산권(영업권 상표권 등) 거래내용
15.인력 제공 내용
16.상품 용역의 내부거래 현황
항목별로 계열사 및 비계열사로 나눠 따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