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10년은 경영수업에 치중- 이재용씨 경영일선 참여

  • 입력 2001년 3월 11일 19시 50분


이재용씨가 상무보에 선임된 데 대해 삼성측은 “경영권 승계라기보다 이제 막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단계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세습에 대한 사회 일각의 부정적 반응이 신경 쓰이는 데다 이건희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굳이 승계작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

삼성측은 “이 회장이 26세 때 동양방송 이사로 경영에 참여한 전례를 감안할 때 현재 33세인 재용씨가 경영일선에 등장한 시기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측이 재용씨의 경영참여 시기를 놓고 고민한 흔적은 역력하다. 지분구조만 놓고 보면 당장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해도 될 정도로 여유가 있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변칙상속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한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어떤 일 하게 되나〓재용씨는 당분간 경영 전반을 이끌고 가기보다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전문경영인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가(家)의 경영수업은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혹독하기로 소문이 나 있어 재용씨도 경영능력을 검증받기 전까지 강도 높은 수업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는 중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금융과 인터넷분야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신사업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또 삼성생명과 전자 SDS 등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계열사와 e삼성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계열사들을 유기적으로 묶어 그룹에 대한 재용씨의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승계 시기는〓삼성측은 “경영권 승계가 당연한 순서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연륜을 중요시하는 한국 경영현실의 특성상 그룹을 이끌어가기에는 아직 젊으며 핵심 포스트에서 최소한 10년은 실무경험을 쌓아야 경영권 승계에 따른 마찰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어쨌든 재용씨가 얼마나 빨리 경영능력을 검증받느냐와 이 회장의 의지 등이 경영승계 시기와 속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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