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상품권 신용카드 구매…백화점-카드사 신경전

  • 입력 2001년 1월 21일 16시 36분


설 연휴를 앞두고 카드업계와 백화점업계가 상품권의 신용카드 구매 허용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허용될 경우 당장 이익을 보는 백화점 업계는 소극적인 태도인 반면, 부실채권 발생 위험을 짊어지는 카드업계는 거꾸로 전면 허용을 지지하고 있다.

카드사를 회원으로 둔 여신금융협회는 백화점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판단하고 ‘백화점상품권을 신용카드로도 구매할 수 있도록 백화점협회측과 합의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그러나 백화점협회는 즉각 ‘합의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카드로 상품권을 살 수 있게 하면 백화점 쪽이 훨씬 큰 이익을 본다. 당장 매출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상품권 판매 잔만 만큼 무이자 금융을 쓰는 효과가 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상품권이 현금융통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 즉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산 뒤 이를 80∼90%의 가격만 받고 유통시키는 방식으로 현금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불법이다.

백화점협회 박태우 부장은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다 상품권시장 자체의 존폐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면서 “상품권제도의 존속만 보장된다면 카드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 측은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도 백화점상품권의 카드구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해왔다”면서 “백화점상품권에 새로운 가맹점번호를 부여하고 상품권한도를 따로 관리하면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를 통한 상품권 불법 현금화가 확산될 경우 손해보는 쪽은 카드사다. 매출이 증가하지만 잠재 부실채권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