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자율적 구조조정 결의

  • 입력 2001년 1월 11일 18시 45분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인식되던 ‘전경련 회장’ 자리가 천덕꾸러기가 돼가고 있다. 차기 전경련 회장을 뽑아야 할 시점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맡겠다고 나서는 인사가 아무도 없다.

▽이건희 삼성회장, 1년2개월 만에 회의 참가〓11일 새해 처음으로 열린 전경련 회장단 월례회의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오랜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회장이 참석한 것은 99년10월 이후 처음이다. 차기 회장단 선출 한달 전이어서 이날 이회장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이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기로 결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복도에서 마주친 기자들에게 “설도 됐고 해서 참석하게 됐다”고 말하고 “전경련 차기 회장직을 맡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회장의 참석 이유를 “삼성이 재계나 국민경제차원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난을 살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오리무중 차기회장〓유력한 후보였던 삼성 이회장이 확실한 거부의사를 밝힘으로써 차기 회장직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있다. 손길승 SK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 구본무 LG회장도 강한 거부의사를 밝힌 상태. 대안으로 거론되던 조석래 효성회장도 최근 재계 및 정부의 간접적인 권유에도 불구하고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손병두 전경련부회장은 차기회장과 관련해 “이 자리가 원한다고 해서 하고 하기 싫다고 해서 거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고 말해 막후에서 유력한 후보자들에 대한 설득작업이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자율적인 구조조정도 결의〓이날 월례회의에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손길승 SK, 조석래 효성, 박용오 두산, 박정구 금호, 이용태 삼보컴퓨터, 강신호 동아제약,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 ‘오너’ 회장이 많이 참석해 모처럼 ‘재계 대표들의 회의’라는 모양새가 갖춰졌다.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는 작년 2월 김각중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주요 그룹 회장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작년 11월에는 김각중 회장과 손병두 부회장, 박용오 두산, 김승연 한화,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 등 5명만이 참석한 초미니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회장단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재계는 무엇보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의견을 같이했다”며 “과잉 및 불황 업종에 대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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