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기업 행복한 고민]"성과급 얼마를 줘야하지…"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8시 31분


삼성전자 직원들은 요즘 그룹의 다른 계열사 동료들을 만날 때면 ‘표정 관리’에 무척 신경을 쓴다. 올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낸 덕택에 내년초 푸짐한 성과급을 받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

반면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나눠줄 몫으로 얼마를 정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한 임원은 “이익을 냈으니 ‘+α’를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내년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려면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게 그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영실적이 좋은 삼성의 주요 계열사와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SK텔레콤 등 우량 기업들은 연말을 앞두고 이처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성과급 두툼해진다〓삼성은 목표를 초과 달성한 이익의 20%를 종업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이익배분제(PS)’를 올해부터 도입했다. 사업부가 초과이익을 내면 팀별 개인별 기여도와 고과를 따져 내년 2월중 성과급을 준다.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순익은 6조원으로 작년(3조4000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반도체 사업부문의 직원 중에는 1000만∼2000만원의 성과급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 등 전자 계열사와 제일기획 등도 연초보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소그룹은 이달말 기본급 기준 100%, 내년 설 이전에 50% 등 모두 150%의 성과급을 줄 계획. 올해 1조8000억원의 순익이 예상되는 포항제철은 작년(340%) 수준을 웃도는 경영 성과급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의 임직원들은 올해 1조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작년(250%)보다 많은 보너스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3조원 이상의 경상이익을 내는 LG도 전자 등 흑자를 많이 낸 계열사를 중심으로 성과급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 줄이고 현금 확보〓기업들은 내년 경제여건이 불투명해 올해 벌어들인 돈을 빚 갚는 데 쓰거나 가급적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움직임이다.

삼성은 13조원의 그룹 전체 이익 중 전자에 7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것 외에는 아직 뚜렷한 투자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 4조원 이상을 부채상환과 예금 용도로 남겨 현재 130%인 부채비율을 100%대 초반으로 낮출 계획이다.

LG도 대규모 시설투자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고 이익 범위 내에서 정보통신과 바이오 등 핵심업종의 마케팅과 연구개발(R&D) 관련 투자에 쓴다는 계획.

▽후원 요청에 골머리〓이익을 많이 낸 기업에 각종 민간단체의 후원 요청이 쇄도하는 것은 연말 풍속도 중 하나. 특히 삼성은 계열사마다 후원과 각종 행사지원 요청이 폭주해 담당자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달 평균 500여건의 후원 및 협찬 요청이 들어온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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