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몽헌 형제 대화내용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43분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16일 오전 10시 20분쯤 복잡한 마음으로 김윤규(金潤圭) 현대건설 사장과 함께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 들어섰다. 9일 도움을 요청하기위해 처음으로 양재동 사옥을 찾았을 때 정몽구(鄭夢九)현대 기아차 회장이 없었던 상황과 11일 다시 양재동 사옥에서 형님을 만났으나 지원을 거절당했을 때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20층 집무실에서 만난 정몽구회장도 착잡해 보였다. 정몽헌회장은 “그동안 여러 가지로 죄송스럽게 됐습니다”라고 사과를 했으며 정몽구회장은 “모두 다 과거지사 아니냐. 일하다보면 그런 일도 있다. 다 이해한다. 앞으로가 중요한 것 아니냐”며 동생을 다독였다.

이처럼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윤규 사장은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지분을 인수해주는 방안부터 말을 꺼냈다. 그러자 정몽구회장은 “현대모비스에서 적법 절차를 거쳐 처리하도록 하겠지만 투명경영을 위해 이사회를 거쳐 결정해야 하니까 내가 단독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해해달라”고 답변했다.

현대건설이 갖고있는 인천 철구공장에 대해서는 “인천제철에서 검토하는 게 좋겠다”면서도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므로 그쪽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정회장은 대답했다. 또 그는 “현대오토넷 지분은 기아차에서 검토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윤규 사장이 “서산농장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일생의 업적인데 일부 땅을 남겨 기념관을 건립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자 정몽헌회장이 “가족들이 개인돈을 모아 100만평정도를 사들이는 게 좋지않겠습니까”라고 운을 떼었다. 그러자 정몽구회장이 “그것 가지고 되겠나. 가족 기념관은 꼭 해야하니 150만평 정도면 좋지않겠나”며 “앞으로 가족이 따로 모여 검토하도록 하자”고 화답했다.

계동 사옥을 매입하는 문제와 관련해 정몽헌 회장은 “자동차와 중공업이 함께 사는게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자 정몽구회장은 “그건 중공업에서 사는 게 좋겠다”며 “계동 건물은 명예회장의 상징이니 나도 집무실을 양재동사옥으로 옮기더라도 이 사무실은 계속 유지할 것이며 현대건설 소유의 나머지 건물은 중공업에서 매입하도록 몽준이에게 전화해주겠다”고 언급했다.

뜨거운 오미자차를 앞에 두고 시작한 환담은 “이렇게 자구안을 마련하면 1조원정도가 생기니 앞으로 잘됐으면 좋겠다”는 정몽구회장의 덕담으로 끝이 났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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