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만기연장]자구안 통과해도 생존 불투명

  • 입력 2000년 11월 8일 23시 06분


현대건설은 채권단에서 ‘만기연장’이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자구노력이 미흡할 경우 언제든지 부도처리될 수 있는 벼랑끝까지 몰렸다. 신규자금 지원이 완전 중단돼 순수한 자구노력만으로 8300억원에 이르는 자구대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8일 현대 자구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만기연장을 결의해 ‘현대건설의 수명만 연장시켜줬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

채권단 회의가 열리기 전에 만기연장이 결의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 관계자들은 “채권단이 출자전환동의서 등의 자구노력 이행장치도 없이 만기를 연장해주는 것은 일종의 특혜이며 현대건설 문제를 지연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대건설이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수 없도록 곳곳에 압박장치를 마련해 두었다는 것이 채권단의 반론이다.

채권단은 무엇보다 현대건설이 곧 제출하게 될 자구안의 내용이 미흡할 경우 즉각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열어 만기연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구안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이행과정에서 차질을 빚게 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럴 경우 현대건설은 곧바로 최종부도에 이어 법정관리로 들어가게 된다.

외환은행 이연수(李沿洙)부행장은 “자구안에 대해 주채권은행이나 채권단 중 25%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회의를 열어 만기중단을 결의할 계획”이라며 “이번에는 자구안의 현실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채권단은 현대건설 측에 자구안 제출시한을 명시하지 않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충분히 조율되고 실현 가능한 안을 갖고 오라”고 통보한 것. 그러나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이를 제출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채권단의 전망이다.

설령 현대건설이 엉성하게 마련한 자구안을 채권단이 받아준다 하더라도 현대건설의 생존은 장담할 수가 없다. 만약 연말까지 돌아올 총차입금 1조2000억원 중 만기연장된 6900억원을 제외한 해외차입금과 개인 및 일반법인 회사채 5100억원을 금융권의 신규지원 없이 자체 자금으로 막지 못하면 또 파국을 맞게 된다.

외환은행 현대반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정부와 채권단에 제출하기 위한 자구안이 아니라 ‘살수 있는 길은 자구대금을 마련하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최종 자구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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