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 "비동기식 고집하겠다"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8시 47분


SK텔레콤과 LG전자는 19일 비동기식 IMT―2000장비 납품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는 SK텔레콤이 차세대 휴대통신 IMT―2000사업과 관련, 정부의 동기식 권유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SK텔레콤은 이달말 마감하는 IMT―2000사업권 신청에 비동기식 계획서를 낸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에따라 동기식 사업자를 유도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SK를 제외한 한국통신과 LG 등도 역시 비동기식을 강행할 의지를 보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SK텔레콤은 이날 LG전자와 비동기방식 IMT―2000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70억원 규모의 시험용 장비 납품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내용은 교환기와 기지국, 제어기, 단말기 등을 LG전자로부터 납품받아 국산 장비를 활용한 상용서비스 시기를 앞당긴다는 것.

SK텔레콤은 12월중 비동기 방식 IMT―2000시스템을 납품받아 내년 2월에 시험시스템을 우선 개통한뒤 시스템 안정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민래(趙珉來) SK텔레콤 상무는 “IMT―2000사업권을 비동기식으로 신청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며 “이번 계약으로 그동안 비동기식 시스템을 공동개발해 온 63개 중소 벤처 협력사들의 상용 시스템 개발속도를 높이고 해외진출의 가능성까지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기식 기술에 뿌리를 둔 CDMA분야 국내 최대의 사업자인 SK텔레콤은 그동안 동기식 채택 압력의 집중표적이 되어왔다.

정통부는 최근 안병엽 장관이 손길승 SK회장과 조정남 SK텔레콤사장을 잇따라 만나 동기식 채택에 대한 설득작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사업자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을 무릅쓰고 비동기식을 강행함으로써 결정적인 난관에 부닥치게 됐다.

SK가 비동기식을 끝까지 고집할 경우 동기식 유도 대상으로 한국통신이 꼽히고 있으나 이 경우 “대기업의 고집에 밀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정통부는 고민하고 있다.

또 민영화를 앞둔 한국통신 노조의 반발도 예상돼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그러나 정통부는 “이번 계약은 시험시스템에 대한 것일 뿐 기술표준 선택은 끝까지 봐야한다”며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한편 이번 계약으로 SK텔레콤과 LG전자는 상당기간 ‘동반자’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와의 관계 등 향후 통신장비 시장의 역학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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