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비상등 시리즈"신속 투명한 구조조정만이 살길"

입력 2000-09-17 18:37수정 2009-09-2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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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믿을 정도의 신속한 기업 금융구조조정.”

고유가,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 주가폭락이라는 ‘3각파도’로 좌초위기를 맞은 한국경제를 구해낼 수 있는 비법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과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선 한국경제의 미래는 어둡기 때문이다.

“과감한 구조조정만이 신용경색을 풀 수 있으며”(전철환 한국은행 총재) “올 하반기와 내년 경제는 구조조정 진전여부에 달려있다”(김준일 KDI 선임연구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구조조정 지지부진〓정부와 금융권이 금융구조조정의 기치를 내건지 벌써 2년반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5개 은행이 문을 닫고 종금사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그러나 이는 외형상의 구조조정일뿐 실제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기대했던 것만큼 향상됐느냐에 대해서는 고개를 내젓는 전문가가 많다.

올들어서만 현대사태와 중견기업의 부실 등 기업부실이 계속 금융권을 압박, 6월말 현재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이 20조원을 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기업들의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기업의 옥석구분 없이 ‘일단은 살려보자’는데 집착해 잠재부실은 1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은행은 2차구조조정을 앞두고 생존을 위해 제살 깎아먹기식 금리경쟁을 벌여 예대마진이 2%대에 머물러 있다. 3%가 넘는 금융중개비용을 감안할 때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을 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은행은 또 부실위험이 적은 가계대출에만 치중, 은행으로 몰려드는 자금을 산업자금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도 제자리〓제조업 부채비율은 97년 396%에서 99년에 215%로 대폭 떨어졌으나 금융비용부담률은 오히려 6.4%에서 6.6%로 높아졌다. 빚을 줄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행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외면을 받을 정도다. LG전자와 LG화학이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비상장계열사 주식을 고가로 사주고 삼성물산은 알짜배기 인터넷사업부문을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재용씨에게 넘겨주려고 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우그룹 분식결산에서 드러났듯이 회계장부에 대한 신뢰는 높지 않은 실정이다.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구조조정 왜 안되나〓정치권의 무책임과 정부의 면피주의, 기업 및 금융기관의 이기주의 때문에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한 기업구조조정기구(CRV)법안과 금융지주회사법 등이 국회공전으로 석달째 낮잠을 자고 있다. 구조조정의 페달을 밟아야 할 재정경제부와 금감위는 은행경영평가위원회의 건의를 기다려 11월에나 가서야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집단소송제나 결합재무제표작성 및 고용조정을 ‘규제’라고 강변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IMF 위기는 끝났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8월초 새로 출범한 경제팀은 기업 금융구조조정 시한을 올해말에서 내년 2월말로 늦췄다. 이젠 지연된 일정마저 제대로 지키기 힘들게 됐다. ‘구조조정피로’니 ‘개혁피로’니 하면서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불만을 아우르며 밀고나갈 주체가 없는 실정이다.

<홍찬선·박현진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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