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파문 무대책 의문]여권 왜 모른척 하나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27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부실 기업인 동아건설의 ‘선거자금 살포’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적 해이’와 ‘정경유착’의 파문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민주당 등 여권이 아무런 조치없이 방관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권은 특히 동아건설 고병우(高炳佑)회장이 4·13총선 때 정치권 인사들을 상대로 자금을 살포했다는 동아일보 5일자 보도 이전에 이미 내사를 벌였으면서도 어떤 대책과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회장의 자금 살포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에 사정기관에 제보가 접수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을 중심으로 내사가 진행됐다는 것이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권은 이런 내사작업을 통해 고회장이 다수 후보들을 상대로 2000만∼500만원까지 ‘법정한도 내의 단순 선거자금’을 살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핵심 실세에게는 억대의 자금이 건네진 의혹도 일부 포착됐다는 설도 있다. 정치권에선 ‘억대자금 수수’와 관련해 고회장과 동향인 K씨 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 수사에 대해 여권이 그만큼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한 여권 핵심인사는 “동아건설 자금 살포 의혹을 본격 수사할 경우 파장이 엄청날 수 있다”며 “여권 핵심 인사의 비리가 한 건만 드러나도 정부에는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 방침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권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등의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도 그런 우려와 무관치 않다. 동아건설의 ‘선거자금 지원’이 여야 모두의 해당사항이라는 점도 수사 지연의 빌미로 작용하는 느낌이다. 한 여권 인사는 “몇백 만원의 후원금까지 수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며 “야당측도 진정으로 수사를 원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이번 사건이 은폐 또는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같은 의문들에 대해 여권은 분명한 대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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