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금쇼크]"대안없다…협상계속…" 현대 양면작전

  • 입력 2000년 5월 29일 00시 28분


금융 시장을 강타한 현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일요일인 28일에도 현대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으며 현대측도 수시로 입장을 정리해 가며 밤늦게까지 긴박하게 대응했다.

○…현대측은 오후8시 ‘현대의 입장’을 발표한 뒤 정부와 외환은행의 반응을 체크하기 위해 신문과 TV뉴스를 모니터하는 등 여론에 예민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현대가 정부 요구안을 거부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정부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일단 입장을 밝힌 것이지 무조건 정부안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현대는 또 “내일 주식시장의 상황을 봐 가며 주채권은행과 협의하겠다”고 밝혀 시장 참가자들이 현대의 안을 어떻게 평가할지 의식하고 있음을 시사.

○…현대 구조조정본부는 김재수본부장과 직원들이 하루종일 회의를 거듭.

결국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낸 뒤 4쪽짜리 자료를 만들어 취재진에 배포하고 “정부가 28일까지 발표를 종용해 어쩔 수 없이 자료를 냈다”고 설명.

현대측은 사실상 정부안을 거부하면서도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수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하루에 만들어내는 것은 무리”라고 항변.

현대는 또 “정부가 건설의 단기 유동성 문제를 마치 그룹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확대하고 있다”고 반발.

○…외환은행 관계자들은 “현대측이 오후7시경 자구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발표 내용에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완전 퇴진과 책임 있는 인사들의 퇴진 및 4조원에 이르는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해 사전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던 은행 관계자들은 그러나 시간이 늦어지고 발표 내용도 예상에 못미치자 당황하는 모습을 연출.

외환은행측은 이어 밤10시경 “현대그룹이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입장을 바꾼 뒤 “구체적 사안을 계속 협의해 가겠다”고 밝혀 31일까지 현대측에 다각도의 압력을 가할 것임을 시사.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계속 협의 입장을 밝히자 금융감독원은 “파국은 모면했다”며 반기는 모습.금감원 주변에서는 불과 1시간여 전만 해도 완강하던 채권단이 입장을 선회한 것과 관련해 “채권은행단이 어느 정도 수용하는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29일 사흘만에 열리는 금융시장이 ‘망가지는’ 상황을 우려한 것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주류.

○…당초 28일 밤9시까지 현대측 안을 요구했던 금융감독위는 데드라인이 다가오자 긴장된 분위기.

김영재대변인은 오후 8시경 현대측이 ‘입장’을 발표하자 “이것이 현대의 최종 입장인가”라고 기자들에게 여러 차례 확인한 뒤 급하게 이용근(李容根)위원장과 통화.

10분 뒤 기자실을 찾은 김대변인은 “현대와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할 것이며 정부는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혀 현대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박래정·이병기·박현진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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