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 1분기 실적]12월결산 벤처社 '외화내빈'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3분


12월결산 코스닥 벤처기업들이 올 1·4분기(1∼3월) 외형상으로는 짭짤한 수익을 올렸지만 영업활동을 통해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코스닥증권시장은 363개 코스닥 12월결산법인들이 올 석달동안 7조7998억원 매출에 559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했다. 순이익은 작년 1년동안 벌어들인 7827억원의 71%가 넘는 규모.

그러나 주식매각이익 또는 채무면제이익 등 영업외적 활동에서 막대한 이익을 낸 벤처기업이 많아 전체적인 순이익 규모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화려한 외양〓155개 벤처기업은 1·4분기 25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작년 1년간 흑자규모 2561억원을 석달만에 거의 달성했다.

206개 일반기업도 2335억원의 순이익을 내 지난해 4331억원 흑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기업은행 평화은행 등 은행업종도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

매출액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는데 순이익이 급증, 매출액대비 순이익률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특히 벤처기업의 지난해 순이익률은 4.8%에 그쳤는데 올 1·4분기에는 11.5%로 급신장했다.

매출액이 100억원이면 평균 11억5000만원의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속내를 보면〓하지만 이익의 원천을 따져보면 그다지 좋아진 게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기업의 본질적인 활동인 영업을 통해 얻은 영업이익이 많지 않기 때문.

벤처기업의 경우 1·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의 98%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1년간의 25%에 불과한 수준. 벤처기업의 순이익이 커진 것은 자본잠식 상태인 씨티아이반도체가 대규모 채무면제이익으로 1521억원의 분기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역시 보유중인던 한통하이텔 주식을 매각, 15억원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140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이같은 영업외수익 및 특별이익을 뺀 ‘진짜 이익’을 토대로 한 벤처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분기 6%로 99년(6.9%)에 비해 0.9%포인트 낮아졌다.

▽눈에 띄는 기업들〓무선이동통신기기 전문업체인 사람과기술은 작년에는 14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 석달동안에는 매출이 전혀 없었다.

반면 하나로통신은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급증. 1분기 350억원으로 작년 연간매출액 231억원을 51% 초과달성했다.

달러빚이 많은 아시아나항공은 외환차손이 크게 줄어든 덕에 경상이익 744억원, 순이익 537억원을 기록, 은행을 제외한 두 부분 1위를 차지했다.

하나로통신 인터파크 드림라인 엔피아 벤트리 메디다스 골드뱅크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코스닥 대표기업들은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 하위권에 대거 포함됐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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