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CD연동 변동금리 상품' 봇물…이자 낮추고 위험전가

  • 입력 2000년 4월 3일 19시 22분


앞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향후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대출금리를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에 연동시켜 사실상 고정금리로 운용해오던 은행권이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실세금리에 연동시킨 변동금리 대출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기 때문.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대신 금리 급등락에 따른 위험 부담을 고객들에게 지우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대부분 대출금리를 우대금리에 연동시켜 왔다. 우대금리에 일정한 마진과 금리에 대한 전망, 정책적 변수 등을 고려한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결정한 것.

그러나 지난해부터 대부분의 대출이 우대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이뤄지면서 우대금리는 그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따라서 우대금리 대신 시장실세금리에 연동시킨 상품을 내놓고 고객이 고정금리나 변동금리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

외환은행은 2월1일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대출금리를 CD유통수익률에 연동한 ‘Mr.Yes 가계대출Ⅱ’를 시판했다. 이 상품의 대출금리는 3개월 CD 유통수익률에 1.5∼1.9%의 가산금리가 붙어 현재 연 8.5∼8.9% 수준. 우대금리 연동을 선택했을 때의 연 9.75%안팎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이 상품으로 대출받은 고객은 3개월마다 CD 유통수익률 변동에 따라 금리가 변하게 되며 추후 금리가 올라 조기상환을 하려면 대출금의 0.5%를 수수료로 물어야 한다. 외환은행은 당초 이 상품을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4월까지로 한달 연장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는 일반 고객들이 대부분 고정금리로 인식하고 있는 데다 기존 대출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커 거의 변동하지 않는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리를 실세금리에 연동시키면 금리변동 리스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낮춰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3개월짜리 CD 유통수익률에 금리를 연동한 중소우대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조만간 개인대출 상품도 시장실세금리에 연동시킬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일부터 3개월 CD연동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출 취급일 전 영업일의 91일물 CD 유통수익률에 1.95% 정도의 가산금리를 얹어 3개월마다 금리가 변경된다. 중도금대출 주택담보대출 주택금융신용보증서 대출에 적용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 중 HSBC도 지난달 29일부터 국내 은행보다 월등히 낮은 연 8.5% 금리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CD에 연동해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한미 주택 한빛은행 등도 기업대출 또는 개인대출을 시장실세금리에 연동해 판매하는 중.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실세금리에 연동한 대출상품이 앞으로 더욱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당장 금리가 낮다고 무턱대고 변동금리를 선택하기보다는 향후 금리 추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출상품을 골라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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