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출금 '위장 상환' 의혹…올 1월 3조여억 대폭늘어

  • 입력 2000년 2월 10일 19시 53분


작년말 크게 줄었던 대기업들의 은행 대출액이 올들어 다시 대폭 늘어나 기업들이 연말결산 때 부채비율을 일시적으로 낮추기 위해 대출금을 위장 상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 대출은 작년 12월 한달 동안 3조5982억원 감소했으나 올 1월에는 3조3154억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대기업들은 연말결산 직전인 작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무려 3조5000여억원을 한꺼번에 갚았다가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은 올해 1월4일부터 10일 사이에 2조2000억원을 새로 빌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4대그룹 계열사 등 대기업들이 정부가 정한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인 200%를 장부상으로 맞추기 위해 대출금을 잠시 입금시킨 뒤 새해가 되자 곧바로 그 금액만큼 다시 대출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시중은행들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면 대출규모가 작은게 유리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편법적인 자금거래를 처음부터 공모했거나 최소한 알고도 모른 척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 부채비율 산정 때 포함되는 기업어음(CP) 발행분도 작년 12월엔 11조8798억원이나 감소했으나 지난달엔 이 중 상당수가 재발행돼 4조7380억원 증가로 반전됐다.

금융계는 1월 중 대기업에 대한 은행대출 증가액과 CP 발행분을 합하면 8조원 가량의 대기업 부채가 편법으로 처리됐으며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도 자금거래 내용의 전모를 파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은행대출은 대기업에 대한 편법대출 외에 중소기업의 자금수요가 꾸준히 살아나면서 전월보다 5조3000억원 증가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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