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연일 投賣 삼성전자株 25만원대 급락

  • 입력 2000년 2월 3일 18시 10분


외국인 투자자들이 꾸준히 사들이던 삼성전자 주식을 지난달 31일 이후 연 4일째 내던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로 삼성전자 주가는 3일 25만원대로 추락했다. 장기추세선인 60일 이동평균선(26만원)이 깨지면서 추가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

미국 금리 인상과 대우채 환매 등 증시를 압박하던 초대형 악재들이 소멸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매도공세’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얼마나 순매도했나▼

외국인들은 올들어 2일까지 총 1조358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이 가운데 삼성전자 순매수 대금만 5811억원으로 전체의 56%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달 31일부터 갑자기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해 △지난달 31일 710억원 △1일 846억원 △2일 401억원 등 총 1957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3일에도 외국인들은 메릴린치증권과 크레디리요네 증권창구를 통해 50만주 가량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파나▼

대부분의 증권전문가들은 ‘반도체 D램가격의 하락’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64메가 D램 가격이 작년말 8.86달러에서 2월 7.29달러로 18% 가량 하락했기 때문. D램 가격은 △PC업체의 재고증가 △인텔의 500MHz 쿠퍼마인칩 생산 차질로 인한 D램 수요 부진 △3월 결산을 앞둔 일본 반도체업체의 증산 △수율 향상에 따른 생산량 증가가 겹쳐 당분간 하락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우증권 전병서연구위원은 “작년 10월 17만원하던 주식값이 최근 30만원까지 급등하면서 시세차익 욕구가 고조되던 차에 반도체 가격 하락이 매도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반도체를 경기민감주로 바라보는 외국인들이 추가적인 반도체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있다”며 “그러나 D램 가격이 5달러선으로 떨어지면 ‘바닥인식’이 확산되면서 순매수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원화가치 상승을 겨냥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들이 예상과 달리 원화가치가 하락하자 환차손 위험을 우려해 다시 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주가 언제 회복하나▼

3일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고 액면분할을 실시할 방침’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반등세로 돌아섰으나 회사측이 ‘중장기 검토과제’라고 해명하자 다시 하락세로 반전.

더욱 문제인 것은 장기추세선인 60일이동평균선이 무너졌다는 점. KTB 장사장은 “삼성전자같은 대형주가 장기추세선 이하로 떨어지면 원래 가격대로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단기적으로는 매도, 장기적으로는 매수’의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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