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안쓰는 업체들, 가격인하 효과 자랑

  • 입력 1999년 12월 7일 19시 48분


중견 의류업체인 클라이드사는 어음을 전혀 쓰지 않는다. 200여개 납품업체들이 물건을 가져오면 평균 보름 뒤, 빠르면 1주일 내에 현금으로 착착 결제해준다. 97년 설립 이후 지켜온 원칙이다.

이 회사 이은숙 영업부장은 “현금 결제를 하느라 사실 현금 흐름이 빠듯한 면이 있다”면서도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 어음 거래가 일반화된 풍토에서 현금결제를 해주는 만큼 납품업체들로부터 싼 값에 원부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다. 납품 단가가 낮기 때문에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 덕분에 ‘IMF형 중저가 브랜드’를 유지하는 데 유리했다.

이부장은 “납품업체들은 현금을 주는 우리 회사와 거래관계를 놓치지 않으려고 특히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품질관리면에서도 도움된다”고 말했다.

클라이드의 현금결제는 은행빚을 안쓰는 견실한 재무구조 덕분이기도 하다.

일본에 저가 생활용품을 수출하는 중소업체 한일맨파워에서도 어음장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 회사 역시 납품이 들어오면 2,3일 내로 현금을 내준다.

박정부사장은 “어음을 안주는 게 납품업체들한테 독촉을 안받아 오히려 속이 편하다”면서 “대신 우리도 납기를 철저히 지키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회사 역시 현금결제의 강점을 살려 저가제품의 승부처인 가격을 낮췄고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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