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에너지 宗家 가리자"…양그룹 주력업종 꼽아

  • 입력 1999년 11월 22일 19시 11분


‘우리가 에너지 종가(宗家).’

LG와 SK그룹이 에너지사업 분야에서 ‘한국 대표’를 자처하며 한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그룹은 지난해 주력업종 선정 때도 주요 재벌 중 유이(唯二)하게 에너지를 꼽았다.

현재 양사의 시선은 안양 부천 쪽으로 조준돼 있다. ‘과녁’은 한국전력이 매각하는 안양 부천 열병합발전소. 한전이 민간에 팔려고 내놓은 ‘민영화대상 1호’다. 각각 500㎿급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전민영화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승부처인 셈. 정유 가스 사업 분야에서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여온 두 그룹에 발전 부문은 사실상 ‘마지막 영토’이기 때문이다.

양사는 5개의 발전자회사로 분할돼 민간에 매각될 예정인 한전의 발전소 인수전에서 가장 유력한 국내 후보로 꼽힌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두 그룹은 22일 똑같이 입찰 계약서를 제출했다.

LG는 특히 입찰을 앞두고 지난달 산업자원부의 고참 과장 출신을 상무로 영입하는 등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발전부문에서 지금까지 한발 앞선 쪽은 LG. 97년 한전으로부터 민자발전 건설권을 따내 당진에 5백㎿짜리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중이다. 내년부터는 전력을 생산해 인근 지역에 공급할 예정.

반면 SK는 지난해 대구에 1000㎿짜리 발전소 건설 사업권을 확보했지만 아직 착수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사업 전체를 놓고 보면 정유와 가스공급업에서 규모가 앞선 SK를 LG가 추격하는 양상. 하지만 이런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양 그룹 모두 에너지 부문을 총망라한 ‘그랜드 플랜’을 세워놓고 있어 ‘게임은 지금부터’이기 때문.

두 회사는 벌써부터 “한전이나 가스공사 민영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에너지사업 분야에서 양 그룹의 경쟁은 역사가 깊다. 대표적 격전장인 정유사업의 경우에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작했다. SK는 81년 인수한 석유공사가 63년 설립된 점을 들어 ‘정유업 원조’라고 주장하는 반면 LG는 호남정유를 67년 설립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 정유업을 시작했다”고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다.

정유업 시장점유율은 당초 SK의 독주태세였으나 LG가 맹추격전을 전개, 현재는 38%대 32%의 근소한 차이로 1,2위 싸움을 벌이는 중.

도시가스 분야에서 SK는 미국 엔론사와 합작한 SK가스를 통해 시장을 넓히고 있으며 LG는 LG칼텍스 가스와 호유가스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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