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회장 영장/청와대 표정]당혹감 역력

  • 입력 1999년 9월 9일 19시 21분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은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 따라서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회장의 구속문제가 엎치락뒤치락하다 결국 구속으로 결론난데 대해서도 공식적으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우선 이회장을 불구속하도록 ‘종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한 고위관계자는 9일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하면 이회장을 불구속하도록 검찰에 권유할 수는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가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더욱 난처한 일은 부담을 감수한 그런 사전조치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반발로 이회장의 구속 쪽으로 결론이 난 것.

청와대 관계자들은 9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회장의 불구속을 기정사실화하고 “경제인에 대한 인신구속은 단순한 사법처리가 아니라 더 큰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그 당위성을 강조하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는 ‘재벌개혁’이 ‘인적청산’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 방침을 정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회장을 불구속할 경우 여권이 더욱 큰 부담을 안게 되는 것 아니냐. 이회장 구속이 당초 예상만큼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애써 여유를 보였다. “경위야 어떻든 현 정권이 검찰권을 침해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 아니냐”는 자위섞인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가 힘이 빠졌다는 사실만 보여주고 검찰에 압력을 넣었다는 비난은 비난대로 받게 된 것 아니냐”는 게 청와대의 주된 기류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