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주가-매출 끌어올려라” 연말평가 초비상

  • 입력 1999년 8월 31일 19시 42분


삼성전관 홍보팀은 요즘 비상이 걸렸다. 올해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기대하고 있지만 주가가 연초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

‘주가를 올릴 묘책을 찾아라’는 최고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얼마전에는 20여명의 핵심 간부진이 수원사업장에 모두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까지 했다. 대책회의에선 자사주를 매입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지만 결국 10월에 회사명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기업이미지(CI) 개선작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세계최대의 브라운관 공급업체인 삼성전관은 삼성그룹 내에서도 재무구조가 탄탄하기로 이름난 회사. 부채비율이 100%도 안될 정도로 견실하다. 올해 경상이익은 5000억원을 웃돌아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1월15일 5만7500원이던 주가는 유상증자가 없었는데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7만원을 밑돌고 있다.

같은 전자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8만9000원에서 22만4000원까지 올랐고 삼성전기는 두 차례 유상증자를 하고도 2만78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점프했다.

삼성전관이 주가 때문에 고민하는 이유는 올해 삼성그룹 계열사와 경영진 평가 기준에 주가관리 항목이 새로 추가됐기 때문. 예전 같으면 외형적인 사업실적만 가지고 충분했지만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 LG 등 주요 그룹들은 올해부터 연말 주가를 계열사 사장단 인사고과에 반영할 방침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무려 30%의 비중을 연말 주가에 두기로 했다. 경영진들이 회사의 주가그래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는 삼성전자 삼성전관 삼성전기 제일기획 삼성중공업 에스원 등 총 14개사. 증권가에선 “삼성 계열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식이 덜 뛴 △△ 등을 사라”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연말 주가뿐이 아니다. 앞으로 남은 약 3개월간의 경영 실적도 평가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

SK 관계자는 “제조업체는 대부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투자의 결실을 보는 이익이 발생하기 마련”이라면서 “최근 계열사별로 경영진이 앞장서서 영업 부서를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LG의 경우는 주가와 함께 기업의 경제적 부가가치(EVA)가 경영진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 97년 도입된 EVA는 자본이 내는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수치로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외자를 유치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필립스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외자를 유치한 LG전자의 경우 외자유치 실적이 EVA로 바로 연결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영업실적이 삼성전자 등 동종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지 비교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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