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재벌 펀드 신설 금지…개방형펀드 하반기 허용

  • 입력 1999년 7월 9일 19시 30분


5대재벌은 앞으로 뮤추얼펀드를 신설 운용할 수 없게 된다.

또 이르면 하반기부터는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아무때나 사고팔 수 있는 개방형 뮤추얼펀드 운용이 허용된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9일 “재벌의 투신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라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돼 뮤추얼펀드 시장에 재벌의 참여를 허용치 않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막으려는 정책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주식형 수익증권만 판매 운용하고 있는 현대그룹은 물론 계열 투신운용사를 통해 뮤추얼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삼성 LG 등도 뮤추얼펀드 신설이 금지된다.다만 지금까지 설정한 뮤추얼펀드는 계속 운용이 가능하고 뮤추얼펀드 운용사를 대신해 펀드를 판매 모집하는 것을 계속할수 있다.

이위원장은 뮤추얼펀드 시장은 건전성과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개인 전문가들이 설립해 운용하는 펀드는 적극 장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5대재벌의 뮤추얼펀드 시장 퇴출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은 펀드자금이 계열사 지원에 쓰이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

재벌 금융기관들이 뮤추얼펀드 재산을 이용, 계열사의 주식을 직접 사주거나 다른 재벌들과 짜고 상대그룹 계열사를 교차 또는 우회지원하는 일이 잦다는 것. 결과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펀드 자체가 하나의 회사형태인 뮤추얼펀드는 이사회의 역할이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감독이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뮤추얼펀드에 대한 일제 조사가 8월경이면 끝날 것”이라고 말해 9월 이후에는 뮤추얼펀드를 잘못 운용한 회사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재벌 계열사는 개방형 뮤추얼펀드에 손댈 수 없게 돼 간접투자상품 자금이 5대그룹에서 빠져나와 자연히 재벌그룹 금융기관으로의 자금집중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투신업계 관계자 “뮤추얼펀드는 수익증권과 달리 펀드간 ‘물타기’ 등 운용사의 수익률 왜곡이 쉽지 않아 개방형이 도입되면 상당한 인기를 모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원측은 “ 당장 개방형 뮤추얼펀드를 도입할 경우 자생력이 약한 투신권의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갈 위험이 있어 시기를 미루고 있다”면서도 “이르면 하반기중 허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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