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전쟁」가열…최고경영자도 현장 뛴다

  • 입력 1999년 5월 21일 10시 13분


《유통업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품질관리와 고객서비스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방대한 영업조직을 운영하다보면 어디선가 구멍이 생기는 법. 요즘 유통업계 최고경영자들은 직접 발벗고 나서 고객의 소리를 듣고 암행감사에 나서는 등 야전지휘관처럼 현장을 뛰고 있다.》

케이블TV 홈쇼핑업체인 LG홈쇼핑의 최영재(崔永載·57)사장은 직원들 사이에 ‘공포의 팩스’로 불리는 직통팩스를 운영중이다.

사장실에 놓인 이 팩스는 고객의 불만사항을 비서를 거치지 않고 사장이 직접 받아보는 통로. 사장실에 고객의 불만이 들어오면 24시간 안에 시정내용을 알려주며 담당직원은 즉각 문책을 받는다.

그는 또 식품의 신선도를 확인하기 위해 종종 다른 사람 이름으로 주문을 한다. 일일이 생선 크기를 재보기까지 해 관련직원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고객으로부터 칭찬의 팩스가 오면 해당직원에게 10만원 상당의 화장품세트를 선물로 주는 등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고 있다.

국내최대 할인점 E마트의 황경규(黃慶圭·54)대표이사전무는 정상적인 일과를 마치면 잠바 차림으로 직접 E마트 매장과 경쟁사 매장을 둘러본다.

중점 점검사항은 채소 생선 육류 등의 신선도. 순시 중에 신선도가 떨어지는 과일이 나오면 즉각 거래선을 교체해 버린다. 냉동육류의 경우 법정 유통기한이 6개월이지만 1주일만 지난 것이 나와도 담당직원을 혼낸다고.

황대표는 이달부터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을 샀는데 맛이 없으면 무조건 환불해준다’는 파격적인 리콜제도를 실시했다.

황대표는 97년 위암수술을 받았지만 경과가 좋아 요즘은 새벽 4시에 하역장을 불시에 점검할 정도로 열심이다. 새벽부터 수고하는 직원들을 격려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

그는 “단기적으로는 각종 이벤트나 미끼상품으로 고객을 현혹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고나면 고객의 평가는 엄정하다”며 “승부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데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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