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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30일 0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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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현(李甲鉉)외환은행장은 이날 박세용(朴世勇)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방문해 “자산재평가를 부채감축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31일까지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강경 방침을 통보했다.
제일은행측도 주거래기업인 대우그룹측에 현대와 같은 금융제재 방침을 통보했다.
제일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자산재평가 등을 통해 장부상으로만 부채를 줄이는 경우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대우그룹측에 수차례 전달했다”며 “31일까지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의 제재를 받게 될 것임을 대우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주거래은행을 통해 초강경 방침을 통보받은 현대그룹측은 일단 부채비율 축소계획에서 자산재평가분을 인정치 않겠다는 정부방침을 수용해 새로운 방안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는 수정안을 제출키로 했다.
현대와 대우는 당초 자산재평가를 통해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추겠다고 버텨왔으나 이날 주거래은행의 제재통보를 받은 뒤 외자유치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의 내용으로 재무구조개선안을 수정하는 작업에 긴급 착수했다.
현대 구조조정본부는 “자산재평가 부분이 4조∼5조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를 제외할 경우 연말 부채비율 199.7%를 맞추기 힘든 상황이지만 정부의 방침을 수용해 외자유치나 자산매각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는 타그룹보다 자산이 많은 현대에 일률적인 부채비율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대우그룹측 관계자도 “더이상 부채비율을 줄일 여지가 없으나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부채비율 축소계획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와 대우는 자산재평가분이 각각 7조원과 2조5천억원이며 이를 제외하면 올 연말 부채비율이 300% 이상이 돼 계열사매각과 외자유치 등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영이·이용재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