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그룹 『주가를 올려라』…주가관리 최우선 목표로

  • 입력 1999년 3월 17일 18시 36분


몸집불리기, 이익 많이 내기 경쟁에 열을 올리던 대기업들이 요즘엔 자사 주가 올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기업 인수합병(M&A)이 빈번해지고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높아지면서 삼성 현대 LG 등 주요그룹들은 연말주가를 계열사 사장인사고과에 반영키로 하는 등 주가관리를 가장 중요한 경영목표로 내걸고 있다.

▽계열사 실적평가에 주가 반영〓삼성 LG 등은 최근 벤치마킹 대상을 세계 최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로 바꿨다. MS가 외형이나 영업실적은 GE에 크게 뒤지지만 기업가치(주가총액 4천2백억달러)는 6백억달러나 많다는 점 때문.

최근 삼성그룹은 연말 사장단인사와 계열사 실적평가를 할 때 30%의 비중을 연말 주가가 얼마인지 그 실적에 따라 반영키로 했다. 이에 따라 계열사 사장들은 수시로 주가를 챙기고 투자자홍보(IR)팀을 만들어 경영실적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 LG SK그룹 등도 주가수준으로 계열사 실적을 평가하겠다는 방침. SK는 손길승(孫吉丞)그룹회장과 최태원(崔泰源)㈜SK회장이 수시로 경영진에게 “주가가 기업의 실제가치보다 저평가되지 않도록 힘써달라”고 독려중이다. LG도 계열사 대표이사가 기관투자가 설명회에서 향후 경영방침을 직접 설명하는 등 주주홍보 일선에 대거 나서고 있다.

▽순익보다 주가관리 우선〓주요그룹들이 주가관리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빈번해진 기업간 M&A때 기업의 시장가치를 최대한 높여놓아야 제값을 받고 계열사나 사업부를 팔 수 있기 때문.

또 대기업들이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는 과정에서 실시하는 유상증자때도 주가가 높아야 회사가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기 때문에 주가관리는 중요하다.

▽주식시가총액 삼성전자―SK텔레콤―현대전자순〓민간기업중 주식가치가 가장 큰 업체는 삼성전자로 17일현재 주식시가총액이 11조7천4백억원. 2위인 SK텔레콤(4조6천8백억원) 3위인 현대전자(2조6천3백억원)보다 2∼4배가량 많아 상당기간 수위(首位)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자를 중시하고 주가관리에 힘쓰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우리 주식시장은 투기성이 강하고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합리적인 주가관리가 어렵다”라며 “주가로 계열사 실적을 반영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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