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협상 새국면…28일 채권단회의 금융제재 협의

  • 입력 1998년 12월 28일 07시 20분


정부와 금융권이 LG반도체에 대한 금융제재 준비작업에 착수하고 LG는 아서 D 리틀(ADL)사를 미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선언해 반도체 통합협상이 중대국면을 맞았다.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28일 오후 LG반도체의 주요 채권단회의를 열어 여신중단 등 금융제재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여신제재라는 최악의 선택을 피하기 위해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중재에 나서고 두 그룹 총수가 만나 막판 타협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극적인 타협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 입장〓박지원(朴智元)청와대 공보수석은 27일 “정재계 간담회에서 합의한 대로 반도체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귀책사유가 있는 기업에 제재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석은 “ADL의 평가과정에 LG도 깊숙이 관여한 만큼 평가결과는 차질없이 이행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분야는 지금은 흑자가 나더라도 장기적으로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빅딜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매년 연구개발비만 업체별로 3천억∼5천억원이 들어가는 중복과잉투자를 해소하기 위해 빅딜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제재안 검토 돌입〓채권금융단은 28일 오후 채권금융기관 회의를 열고 LG반도체에 대한 구체적인 금융제재 방안을 확정한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27일 “ADL이 내놓은 실사보고서가 경영주체 선정의 유일한 판단근거”라고 못박고 금융제재를 기정사실화했다.

상업 외환은행 등 주채권은행들은 이에 따라 LG반도체에 대해 신규여신을 중단하는 한편 기존 여신의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회수하되 LG반도체가 갚지 못할 경우 담보부동산을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채권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여신을 중도회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만기가 되는 대로 즉각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담보물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반도체, 법적 대응 선언〓LG반도체는 27일 반도체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로 현대전자를 선정한 ADL사를 미법원에 제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구본준(具本俊)LG반도체사장은 ADL이 사용한 자료와 판단근거에 대해 공개적인 검증과정을 요구하면서 “LG반도체가 본 물질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ADL을 제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사장은 “ADL은 공정성 객관성 전문성 중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보고서를 냈다”며 “귀책사유는 ADL에 있다”고 주장했다.

▼ADL과 현대측 반응〓정태수(鄭泰秀)ADL 한국지사장은 LG측 기자회견에 대해 “ADL 평가의 객관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LG의 제소 방침에 대해서는 “아직 제소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 만큼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양사는 각각 자기회사가 우월하다고 주장해 왔으며 그래서 제삼자의 실사를 통해 평가를 받아보자고 했던 것 아니냐”며 “자신이 있었으면 처음부터 실사에 적극 참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 결국 LG가 승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래정·이강운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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