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현금방출 감소…귀성길 지갑 가볍다

  • 입력 1998년 10월 2일 18시 11분


“작년 추석때는 부모님 옷 한벌씩 하고 갈비세트를 준비해 고향에 내려 갔는데 올해는 그러지 말래요, 부담된다고요. 솔직히 저도 부담이 되고요.”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과장은 “봉급삭감과 고용조정으로 하루하루 불안하게 지내는 터에 어디 추석 기분이 나겠느냐”고 털어놨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이런 분위기가 깔린 탓인지 시중에 풀려나간 현금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추석전 은행이 영업을 한 열흘동안(9월22일∼10월2일) 시중에 풀려나간 현금은 총 3조6천9백30억원. 작년 추석전 열흘동안 방출된 현금규모보다 무려 3천6백10억원(8.9%)이 감소했다.

한은은 “올해 추석 직전에는 자금성수기인 월말이 끼어 있었는데도 경기부진 여파로 현금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일 현재 시중에 깔린 현금잔액도 작년 추석 직전보다 1조8천3백90억원(9.4%)이 줄어든 17조7천5백90억원에 불과했다.

현금수요는 지역별로 다소 상이한 편차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창원 울산 포항 구미 등 주요 공단지역은 현금수요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25.1%(1천3백90억원)가 줄고 부산 대구 광주 등 주요 지방 대도시는 15% 안팎이 줄어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

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작년보다 오히려 17.7%(2천5백10억원)가 늘어 상대적으로 풍성한 느낌을 줬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수요가 많은 대기업의 본사가 대부분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는데다 지난달 29일 은행의 총파업 예고에 놀란 기업과 개인들이 미리 자금을 확보한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추석에 쓰려고 돈을 인출한 게 아니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용 현금수요가 많았다는 분석.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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