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신행씨『직급보다 일…』…농산물시장관리公 사장공채 지원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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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보다는 ‘자리’ ‘직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한 우리 사회. 그래서 맡은 일의 전문성을 키우기보다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고만 한다. 그런 타성을 과감히 깨고 나선 사람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문민정부 첫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내고 지난 6월 소비자보호원장(3년)을 마친 허신행(許信行·56)씨. 그는 서울시청 실장(1급)이나 국장급(2급)이 가던 서울시청산하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공사 사장’공채모집에 지원했고 21일 당당히 ‘합격’했다.

연봉 3천5백만원급 사장공채에 지원한 사람은 27명. 차관급 전직 관료, 기업체 사장, 농수산물 유통업자 등 쟁쟁한 경쟁자가 많았다. 허씨는 심사위원회의 종합평가 결과 1등을 차지했고 고건(高建)시장은 최종 2명 중 허씨를 선택했다.

고시장은 “장관까지 지낸 분이 직급을 따지지 않고 지원서를 내는 도전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농촌경제연구원장 시절에 생산자 유통에 대해 깊이 연구했고 소비자 보호원장을 지내 유통까지 잘 알고 있어 현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유통구조를 혁신하는데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허씨는 “여러 대학에서 와 달라고 해 생각하던 중에 신문에서 공채모집 광고를 보고 30년간 쌓아온 농업관련 연구와 행정업무의 노하우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서를 냈다”면서 “일 하는데 직급의 고하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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