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銀 추석이후 단계적 대량감원

  • 입력 1998년 9월 21일 06시 26분


비우량 9개 은행의 인원감축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은행노조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은행들은 추석 이후 희망퇴직 방식으로 감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전국금융노련의 총파업을 막기 위해 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감원 대상자에 대해 월급 3개월치 이상의 위로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융감독위원회는 인원감축 규모 및 조건에 대한 협상은 은행별(사업장별) 노조와 경영자측간에 이루어져야 하며 금융노련이 각은행 노조를 대신해 협상을 주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감원 전망〓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경영개선계획을 조건부로 승인받은 조흥 상업 한일 외환 등 7개 은행과 제일 서울 등 해외매각대상 은행은 희망퇴직을 통한 감원 시기를 내달의 추석 이후로 잡고 대상자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MBC TV의 좌담프로에 출연해 “이들 은행은 현재 인원이 아니라 작년말 인원을 기준으로 올해말까지 최소한 30%는 줄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위원장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금감위 관계자는 “금감위가 9개 은행에 현재 인원의 40∼50%를 감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우량은행들은 구조조정을 위해 재정 즉 국민세금의 지원을 받는 만큼 1인당 생산성을 국내진출 외국계 은행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는 것이 금감위의 입장”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을 작년말 대비 30∼40%는 줄여야 할 것으로 역산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반기 감축분을 포함해 올해안에 작년말 대비 40%를 감축하는 은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대체로 올해안에 작년말 대비 30%, 내년에 10%를 감축하는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금감위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9개 은행은 올해중에 8천여명, 내년에 5천3백여명 등 약 1만3천여명을 감축해야 한다.

▼감원 조건〓금융노련에 공동협상권을 위임한 9개 은행 노조들은 감원대상자에 대해 월급 12개월치의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련은 19일 종묘공원에서 9개 은행 노조원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갖고 이같이 요구하며 “은행측이 노사합의 없이 희망퇴직을 강행할 경우 29일로 예정한 총파업에 즉각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측은 금융당국과 각은행이 협상에 응할 경우 위로금을 9개월치까지로 줄이는데는 양보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감위 관계자는 3개월치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입장에서 후퇴할 수 없으며 이 부분에서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송평인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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