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현대, 「반도체 경영권」 갈등 고조

  • 입력 1998년 9월 10일 19시 29분


LG그룹이 LG반도체와 현대전자가 설립할 반도체 단일회사의 경영권을 갖겠다고 10일 선언했다.

이문호(李文浩)LG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단일회사는 LG가 경영권을 갖고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그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사장은 이날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생산규모나 기술력 재무구조 등 객관적 수치를 놓고 평가할 때 LG가 단일회사의 경영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며 전략적 가치를 고려하더라도 반도체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현대그룹의 70대30 지분비율 주장에 대한 LG그룹의 공식 입장표명으로 받아들여져 현대와 단일회사의 경영주체 선정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이사장은 “반도체업종도 당초 석유화학 항공 등과 같이 단일회사 설립에 합의가 이루어졌던 사항”이라며 “50대50의 지분비율은 사실 LG가 제시한 것이 아니라 전경련이 거중 조정한 구조조정의 틀 아래에서 예상됐던 지분비율”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사장은 “모든 면을 종합할 때 단일회사의 지배주주는 LG가 돼야 한다”며 “51대49 등 단 1%의 지분차이도 받아들일 수없고 50대50이 양보의 마지노선”이라고 못박았다.

이사장은 특히 “이달말까지 협상을 진행해봐야 알겠지만 LG가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단일회사 설립자체가 비관적”이라고 밝혀 최악의 경우 단일회사 설립이 무산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현대는 “반도체의 경영권을 현대가 갖는 것은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며 “의사결정이 신속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경영권은 단일화돼야 하며 현대가 경영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현대측은 “반도체 통합은 정부의 구조조정에 따른 것이며 LG의 경영권양보를 전제로 추진해왔던 것인데 갑자기 입장을 달리하는 LG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승환·이명재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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