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간담회 의미]정부「당근-채찍」…「공」은 재계로

  • 입력 1998년 9월 9일 19시 42분


정재계 3차 간담회에서 정부가 지원조치의 전제조건과 한계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이제 구조개혁의 ‘공’은 재계로 넘어갔다.

정부는 이번에 5대 재벌의 구조조정안을 일단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강도 높은 자구책과 압박카드를 내보이는 ‘당근과 채찍’전략으로 정재계간 ‘갈등’을 봉합하고 재벌개혁을 더욱 구체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

▼특혜시비와 재계불만 차단〓정부측은 당초 예상과 달리 재계가 자율합의로 만든 구조조정안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새 경영주체가 내놓을 자구계획에 따라 세제 금융상 지원이 이뤄진다는 전제를 달아 과잉 중복시설 처분 및 인력정비 등에 대한 재계의 ‘액션’을 요구했다. 엄청난 국민세금 부담이 따르는 만큼 감자(減資) 등 기존 대주주의 손실부담 계획을 요구, 특혜시비 및 금융권 구조조정과의 형평성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5대그룹에까지 확산된 워크아웃〓정부는 그동안 6대이하 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벌이면서도 5대그룹에 대해선 일단 자율적 조정안을 지켜본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5대그룹 합의내용에 대해 ‘신속작업절차(패스트트랙)’를 적용하되 6대이하 그룹의 워크아읏과 동일한 절차를 밟기로 함으로써 30대 그룹 전체가 워크아웃 대상이 됐다.

▼구조조정의 ‘새해법’ 단일회사 컨소시엄〓정부가 이번에 ‘컨소시엄’형태의 구조조정안을 수용한 것에 대해 재계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3개그룹이 출자, 컨소시엄을 만드는 경우에도 권한을 위임받은 전문경영인 체제만 들어서면 문제 없다는 뜻”으로 해석. 3일 발표된 구조조정안에서 사실상 단일회사를 세우기로 한 업종은 정유를 뺀 6개. 각 그룹 입장에서는 당장 사업에서 완전 발을 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절충이 이뤄졌던 것으로 PCS 철강 조선 공작기계 등 2차 구조조정업종에서도 ‘통합’이 유력한 방안이 될 전망.

▼‘졸속’으로 흐를 가능성〓재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솔직히 이달 말까지 경영주체를 결정하고 채권은행에 자구계획을 제출하기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

그러나 재계로선 이번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될 경우 여신중단 등 제재를 받게돼 시한을 지킬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기업간및 채권단과의 협의과정에서 경영권분쟁, 노사대립 등 힘겨운 협상과 험난한 파고가 예상된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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