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前차장 대선자금 모금수법]반발기업엔 「당근」제시

  • 입력 1998년 9월 8일 19시 45분


지난해 국세청장과 차장이 나서서 한나라당의 대통령선거운동 자금을 모은 수법은 일반기업의 비자금 조성수법과 거의 비슷하다.

당시 국세청 임채주(林采柱)청장과 이석희(李碩熙)차장은 ‘그룹총수’같은 역할을 했고 돈을 마련한 기업주는 ‘계열사 사장’역할을 한 셈이다.

임전청장과 이전차장은 1백대 기업명단을 놓고 서로 역할을 분담했다. 비교적 모금이 쉬운 거대그룹은 임전청장이 맡고 다소 ‘손에 흙을 묻혀야’ 하는 기업은 이전차장이 맡았다.

그러나 당시 경제상황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여서 기업들이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며 다소 반발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전차장은 “모금액만큼 세금으로 봐주겠다”는 식의 ‘당근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금된 돈은 철저하게 자금세탁을 거쳐 한나라당에 전달됐다. 전달경위도 기업체 뇌물전달수법의 ‘복사판’이다. 전달장소는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주차장이나 호텔방. 기업관계자는 현금이 든 사과박스나 골프가방을 미리 지정받은 승용차 트렁크나 호텔방에 놓고 가면 나중에 한나라당 관계자가 찾아가도록 했다. 돈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절대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점조직’식의 접선수법이었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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