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노사정委 표류]『파업대책 마련』 뒤늦게 부산

  • 입력 1998년 7월 13일 19시 42분


제2기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아 노동계가 불참선언과 함께 파업을 강행하는 등 노정(勞政)관계가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서 끌려다니는 노사정위라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경제난속에서 노사관계 조율은 물론 사회통합의 중심축이 되어달라는 국민적 여망속에 탄생, 한때 극적인 노사정 대타협(제1기)을 도출하기도 했던데 비하면 기대에 못미치고 권위도 떨어진 초라한 모습이 아닐수 없다.

노사정위 표류의 일차적 원인은 은행퇴출과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가 노동계와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노동계의 불만이 가중됐기 때문.

양대노총은 “노사정위 참여조건으로 구조조정 등을 노동계와 협의하기로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아 노총이 들러리 역할만 한다”며 10일 불참을 선언했다. 이어 6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항의집회를 개최하고 민주노총의 금속산업연맹이 14일부터 파업에 들어가는 등 강경태세다.

노사정위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노동계 항의집회가 열린 12일에야 재정경제부 노동부 기획예산위 금융감독위 등 관계장관 및 위원장회의를 서둘러 소집,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회의 결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다는데 공감하며 앞으로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성실하게 협의하겠다”며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다.

이처럼 노사정위가 삐걱대는 것은 관계부처의 손발이 안맞는데다 여당의 협조도 미약하고 정부여당이 노동계 설득에 너무 소극적인 탓도 크다. 김원기(金元基)위원장이 13일 뒤늦게 양노총을 방문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노사정위가 관계부처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노동계의 불만을 잠재우는 ‘완충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노동계에 끌려다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불만을 의식, 노사정위에서 철수하고 파업으로 가겠다고 하는 것도 비난을 받고 있다. 경제위기가 깊어질수록 노사정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 노동계는 노사정위에 복귀해야 하며 노사정위와 정치권도 노동계의 목소리를 수렴, 사회통합기구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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